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신작들의 개봉 시기가 얼추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김남길 차태현은 최종 아웃, 그 빈 자리를 마동석과 최민호가 채운다.
김남길 천우희 주연 영화 '어느날'(이윤기 감독) 측은 '후반작업'을 이유로 개봉을 연기했다. 이미 정해졌던 제작보고회까지 취소하면서 단행한 결정이다.
'어느날' 측은 일간스포츠에 "후반작업에 다소 문제가 생기면서 논의 끝에 개봉을 잠시 미루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에 많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좋은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주연 배우 김남길에게는 이 같은 개봉 연기가 사실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다. 만약 '어느 날'이 예정대로 11월 30일 개봉을 추진했다면 김남길은 2주 만에 또 한 편의 신작을 선보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
개봉이 약 1년간 연기된 '판도라'는 12월 중순께 개봉을 추진 중이다. '어느 날'과 '판도라' 모두 김남길이 주연으로 이끌어 가는 작품이라 하나라도 놓치긴 아쉽다. 다소 부담스러운 홍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김남길은 '어느 날'이 아닌 '판도라'를 통해 관객들과 먼저 인사하게 됐다.
여기에 차태현 김유정 서현진의 '사랑하기 때문에'(주지홍 감독) 역시 11월 16일 개봉을 포기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느 날'과 달리 최근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총 출동한 제작보고회까지 치렀던 상황이라 내부적 고민이 얼마나 높았을지 가늠케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배급사 NEW 측은 "개봉을 지연시킨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영화를 좋은 시기에 개봉하고 싶다는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며 "피한다기 보다는 11월에 너무 많은 영화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 만큼 경쟁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심사숙고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하기 때문에'는 내부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 많은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시기를 잘못 잡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낮아지게 만들고, 그 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봉 연기가 능사는 아니다. 12월, 1월에 개봉일을 잡지 못하면 설 대목을 노린 작품들은 어느 정도 정해졌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무기한 표류될 수 있다. 관계자들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다시 한 번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전했다.
김남길과 차태현은 11월 전쟁터에서 빠졌지만 그 사이 마동석 최민호는 24일 깜짝 등판을 확정해 눈길을 끈다. 마동석과 최민호는 영화 '두 남자'를 통해 각각 노래방 악덕업주, 가출 청소년으로 분해 인생 연기를 펼칠 전망이다.
'두 남자'는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 만나게 되면서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범죄 액션 드라마로 저예산 영화지만 기대감은 상업영화 못지 않은 작품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두 남자'는 총 301편의 출품작 중 가장 빠르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두 남자'가 11월 깜짝 복병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