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히어로? 귀여운 강동원? 그리운 고(故) 김주혁. 세 편의 기대작, '블랙 팬서(라이언 쿠글러 감독)'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흥부(조근현 감독)'가 설 연휴 극장 성수기를 겨냥해 14일 일제히 개봉했다.
'블랙 팬서'는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으로, 마블 유니버스 최초의 흑인 영웅이 등장해 기대가 높다. 북미 다음으로 마블 팬이 많다는 한국에서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개봉 전부터 70%에 육박하는 예매율을 보이며 흥행을 예고했다. '골든슬럼버'는 대형 투자배급사 빅4 중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다. 최근 영화 '1987(장준환 감독)'에서 이한열 열사 역으로 특별출연해 주연배우보다 뜨거운 호응을 얻은 강동원의 출연작.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원작팬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김의성을 비롯한 조연 라인업도 화려하다. 마찬가지로 빅4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텐트폴 영화는 '흥부'. 지난해 10월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주혁의 유작이다.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백미경 작가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골든슬럼버' 강동원만 '열일'하면 뭐하나 출연: 강동원·김의성·한효주·김성균·김대명 감독: 노동석 장르: 범죄·드라마 줄거리: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 등급·러닝타임: 15세 관람가·108분 개봉: 2월 14일 신의 한 수: 엉거주춤 뛰어다니는데, 전혀 멋있지 않은데, 매번 당하기만 하는데, 강동원이 연기하니 정이 간다. 극 중 강동원의 모습은 뽀글머리에 택배기사 옷을 입고 해맑게 웃거나, 울상을 짓거나 둘 중 하나. 이러나 저러나 사랑스럽다. 강동원이 쫓기기 시작하며 보여주는 초반부 액션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쪼는 맛'이 대단하다.
신의 악수: 강동원의 원맨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스릴 넘치는 강동원의 활약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이들이라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영화의 톤 때문에 중반 이후부터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는 도주극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하려는 감독의 의도다. 그러나 108분이란 짧은 러닝타임 안에 드라마를 구성하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모두 담아내지도 못했다. 이것저것 시도했으나 무엇도 속시원히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이야기의 힘보다는 배우 개인의 매력에 의존해 흘러가는 흐름은 영화의 가장 큰 약점. 평범한 택배맨으로 변신한 강동원은 귀엽지만, 영화는 귀여워하기 어렵다. 조연경·박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