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히어로? 귀여운 강동원? 그리운 고(故) 김주혁. 세 편의 기대작, '블랙 팬서(라이언 쿠글러 감독)'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흥부(조근현 감독)'가 설 연휴 극장 성수기를 겨냥해 14일 일제히 개봉했다.
'블랙 팬서'는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으로, 마블 유니버스 최초의 흑인 영웅이 등장해 기대가 높다. 북미 다음으로 마블 팬이 많다는 한국에서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개봉 전부터 70%에 육박하는 예매율을 보이며 흥행을 예고했다. '골든슬럼버'는 대형 투자배급사 빅4 중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다. 최근 영화 '1987(장준환 감독)'에서 이한열 열사 역으로 특별출연해 주연배우보다 뜨거운 호응을 얻은 강동원의 출연작.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원작팬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김의성을 비롯한 조연 라인업도 화려하다. 마찬가지로 빅4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텐트폴 영화는 '흥부'. 지난해 10월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주혁의 유작이다.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백미경 작가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예매율 65%↑ 기승전 마블 천하 '블랙팬서'
출연: 채드윅 보스만·마이클 B. 조던·루피타 뇽 감독: 라이언 쿠글러 장르: 액션·드라마·SF 줄거리: 와칸다의 국왕이자 어벤져스 멤버로 합류한 블랙 팬서 티찰라가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둘러싼 전세계적인 위협에 맞서 와칸다의 운명을 걸고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 등급·러닝타임: 12세 관람가·135분 개봉: 2월14일 신의 한 수: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히어로, 차세대 마블을 이끄는데 손색없는 히어로의 탄생이다. 마블은 어떻게 기존 팬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지, 어떻게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끊임없이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를 '블랙 팬서'로 증명한다. DC는 결코 따라 잡을 수 없을 쌓이고 쌓인 마블만의 노하우와 내공이 '블랙 팬서'에 모두 담겼다. 마블 히어로의 특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백인 히어로에서 탈피했고, 그와 동시에 성별에 대한 차별도 없다. 남성·여성 구분짓지 않는다. '블랙 팬서' 세계에서 이들은 그저 동등한 전사일 뿐이다. 캐릭터·배경·스토리까지 섹시함의 정점을 찍는다. 그 중심에는 한국 팬들이 열광할 부산(BUSAN)이 있다. '블랙 팬서'는 부산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빠질 수 없는 시퀀스의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 무려 30여 분을 부산에 할애했다. 큰 스크린에 'BUSAN'이라는 글씨가 떠오를 때의 희열은 상상 그 이상이다. 여주인공의 깨알같은 한국어 대사도 온 몸을 간질거리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다. 무엇보다 '블랙 팬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번의 클라이막스 중 가장 스펙터클하고 가장 섹시한 이미지를 고맙게도 부산에 담아냈다. 자막은 커녕 작은 잡음까지 귀에 쏙쏙 들리는 즐거움을 할리우드 히어로물에서 느낄 수 있다. 와칸다 왕국이라는 미지의 공간과, 와칸다 왕 자리를 두고 상남자 매력을 뿜뿜 뿜어내며 '굳이' 물 위에서 대결하는 주인공들, 레드 드레스를 펄럭이며 자갈치 시장을 누비는 액션은 '아름다움'이라는 감탄사를 자아내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부내 폭발. 자본의 힘은 강하다.
신의 악수:공간과 캐릭터가 달라졌을 뿐 '토르 형제 스토리와 다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마블 히어로물 속 아버지들은 존경을 받는 척 꼭 하나씩 실망스러운 업적(?)을 남기고, 형제들은 애증에 휩싸인다. 여러 번 반복된 이 스토리를 '블랙 팬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판타지와 현실 사회의 문제를 모두 담아내는 과정에서 보는 맛은 쏠쏠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지루함도 동반한다. 뻔한 기승전결에 러브라인 공식도 당연하듯 담겼다. 히어로가 되는 방법도 의외로 쉽다. 특유의 단순함은 장점이자 약점이다. 조연경·박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