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모성애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이보영은 tvn 드라마 '마더'에서 학대받는 한 아이, 허율(윤복)을 만났고, 허율이 친모에게 버려진 날 허율을 데리고 떠나는 수진 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허율의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한 이보영의 여정을 그렸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이보영은 "모든 사람에게 마음과 진심이 통한 것 같다. 그리고 촬영 때 모든 스태프들이 숨소리 한 번 안 내고 집중했다"면서 "허율은 배우 인생 최고의 파트너"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 가장 슬펐던 장면이 있다면. "마지막 회다. 윤복이를 다시 보육원에 보내는 신에서 계속 눈물이 났다. 윤복이는 엄마 없이, 누군가 신경 써 주는 사람 없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 없이 살아야 한다. 아직도 슬프다."
- 아이를 낳고 우울증이 생겼나. "호르몬 영향이었다. 아이를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 자고 있는 오빠를 보면서 '오빠가 건강해야 할 텐데' '내가 손녀를 키워 줄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주체 없이 눈물도 흘리고. 오빠가 뉴스를 보지 말라고 할 정도로 눈물이 많았다.(웃음)"
- 아이는 부모가 배우인 걸 인지하나. "일상이라 잘 모르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엄마가 나오니까.(웃음) 언젠가 한번은 엄마가 없다고 화를 내더라. 그래서 현장에 한번 데리고 갔다. '촬영하는 거야 지우야. 엄마는 이렇게 일하고 있으니까 지우가 이해해 줘야 해'라고 했는데, 엄마가 다른 언니를 끌어안고 있으니 '뭐지' 하더라. '저 언니는 누구야?' 이 정도만 물어봤다.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본다는 건 인지하는 것 같다."
- 지우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시킬 의향이 있는지. "오빠는 (지우를) 배우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재능이 없으면 시키고 싶지 않다. '뜬다'는 건 대중의 판단이다. 내가 띄운다고 해서 뜨는 게 아니다. 아이가 갖고 있는 매력과 재능을 발산하는 거다. 배우가 하고 싶다면 스무 살 넘어서 시키지 않을까. 아직은 아무 생각 없다."
- 대상 부부다. "결혼한 뒤에 일에서 얻는 행복감도 있지만,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 오빠와 나는 '셀러브리티'가 아니다. 그냥 연기하는 게 재밌고,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는 게 행복하다. 우리의 큰 중점은 '대상 부부'가 아닌 우리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는 것이다."
- '믿고 보는 연기자'로 불린다.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다. "신인 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이 배우가 연기한 작품은 나쁘지 않아. 재밌을 거야.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믿고 보는 배우'라는 반응을 보면 내가 목표했고 꿈꿨던 거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운이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감사하다."
- 왜 어려운 작품들만 골라서 하나. "힘든 것만 하는 건 내 선택이 아니었다. 내 나잇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 사실 로맨틱 코미니다 밝은 작품이 많지도 않다. 밝은 작품을 제안받으면 할 수 있지만, 없으면 또 힘든 걸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거다."
- 멜로는 할 생각이 없나. "멜로는 못 한다. 자신이 없고 부담스럽다. 남자가 만지고 이러는 거 정말 힘들다. 내가 멜로를 하면 딱딱하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어색할 거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서사가 쌓인 멜로를 한다면 괜찮지만, '나 멜로예요' 하는 작품은 별로다. 첫눈에 사랑에 어떻게 빠지는지 모르겠다.(웃음)"
- 딸 가진 엄마로 '미투 운동'에 대한 의견은. "적극 지지한다. 언젠가는 나왔어야 할 이야기다. 4~5년 전에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았을 거다. 피해자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연예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해야 하는 과정이니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연예계는 다 저래'라는 말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속상하다. 그리고 모든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만난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진 않다. 몇몇이 그러는 건데 모든 남자들에게 '조심해야지' 하는 것도 이상하더라. 좋은 사람도 많다는 걸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