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 김연자 "박명수, 방배동 주민이자 EDM으로 통한 사이"

 '엔카의 여왕' 김연자(59)에게 '파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아모르 파티' 무대를 꾸미면 관객들은 댄스 삼매경에 빠지고, 중·고등학생들이 김연자를 향해 '언니'를 외친다.

 김연자는 2013년 발표한 '아모르 파티'로 10~20대 팬까지 확보했다. KBS 1TV '열린음악회'에서 엑소 무대 바로 뒤에 '아모르 파티'를 불렀던 게 뒤늦게 화제를 모으며 차트 역주행까지 했다. '아모르 파티'는 윤일상이 작곡한 노래.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몸을 가만히 둘 수 없는 EDM이 더해져 흥을 돋운다. 뒤늦게 대박 터진 '아모르 파티' 덕에 김연자는 1년 스케줄이 꽉 찼다. MBC '무한도전'·KBS 2TV '해피투게더'·SBS '판타스틱 듀오' 등 방송 섭외도 늘었고, 전국 각지에서 행사 섭외가 쏟아진다.

"저를 아는 세대가 한정적이었는데 엑소 팬들이 '아모르 파티' 입소문을 내주면서 가는 곳마다 반겨 주시니까 너무 좋아요. 유튜브를 찾아보는 재미도 생겼어요. 젊은 친구들은 끼가 대단해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발랄하고 아주 좋아 보이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인기는 아니다. 지금의 성공은 음악 인생 43년이 밑받침된 결과다. 김연자는 '한류'라는 말도 생기기 전 일본에 진출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었다. 1974년 15세에 데뷔하고 18세 어린 나이에 일본에 건너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걸 실감했다. 연말 최고의 무대인 NHK '홍백가합전'에 여러 번 오를 정도로 현지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보아의 일본 데뷔 무대도 옆에서 지켜본 원조 글로벌 가수다. 하지만 2009년 2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더니 잊힌 가수에 불과했다. "그동안 번 돈 한 푼 없이 '나 왕년의 김연자야~' 하는 자신감으로 왔는데 현실의 벽은 높았어요. 예전의 인지도를 회복하려고 불러 주는 모든 곳에 다녔어요.

20년 공백을 다시 채워 가고 있어요.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요.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요즘 일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라며 술잔을 비웠다.




 
 

- 국내 출연료 최고액은 얼만가요.
"부산에서 공연할 때 1억원까지 받았어요. 일본서 밴드 다 데리고 갔던 무대였죠."
 
- 일본 공연도 있다고요.
"9월에도 두 번 다녀왔죠. 힘들지만 행복해요. 내가 양국의 파이프 역할을 하는 운명인 것 같아요. 문제는 제가 한국어도 서툴고, 일본어도 서툴고, 한국도 잘 모르고, 일본도 잘 모른다는 거죠. 한국에 온 지 8년 정도 됐는데 처음엔 한국어가 기억이 안 나서 '에… 또'만 반복했다니까요."
 
- 가사를 외우는 것도 보통이 아니겠어요.
"한국은 프롬프터가 있어서 편한데 일본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이 나이가 되니까 암기력이 떨어져서 부담스러워요. 요즘 일본 공연에서 할 팝송을 새로 외우는데 안 외워져서 큰일이에요. 프롬프터가 있으면 편한데 또 그것만 계속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아는 노래인데도 눈이 자꾸 그리로 가서 신경이 더 쓰일 때가 있어요."
 

- 양국을 오가며 번 돈은 어디에 쓰시나요.
"옷을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에요. 내가 벌고 내가 다 쓰니까. 지금 입은 옷도 새로 산 거예요. 또 마사지를 받는 걸 좋아해서 스케줄이 없으면 관리를 받으러 가요. 주위에서 성형을 못 하게 하니까 열심히 관리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잠깐 쉬더라도 몸을 풀어야 해요."

- '아모르 파티' 흥행 이후 바빠졌겠어요.
"젊은 친구들 트렌드랑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윤일상이 작곡하고 이건우와 신철이 공동으로 작사했죠. 어떤 분들은 무슨 '사랑파티'냐고 하시는데 '한 번밖에 없는 자기 운명을 사랑하자'라는 철학적인 노래예요. 지난해 소속사 사장님 사위가 SNS에서 뜨고 있다고 알려 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올해 갑자기 떠올라서 놀랐죠. 방송 섭외도 확실히 많아지고 다양해졌죠."
 
- 행사장에 가면 분위기가 다른가요.
"옆에서 '언니' 하고 소리치기에 놀라서 봤더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었어요. 또 KBS 1TV '전국 노래자랑' 녹화에 갔는데 '꺅꺅' 해서 놀랐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아모르 파티'만 틀면 요즘 애들이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덕분에 힘이 난다니까요." 
 
 

- '무한도전' 출연은 어땠나요.
"섭외가 왔는데 일본에서 공연이 있어서 한 번 거절했어요. 일본은 1년 전에 스케줄을 다 짜거든요. 그래서 '무한도전'은 출연 못 하겠구나 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또 연락이 온 거죠. 그때 시기가 맞아서 들어갔어요. 유재석 팬이라서 꼭 만나고 싶었는데 너무 반갑더라고요. '해피투게더'에서도 만나서 팬이라고 계속 말했어요. 박명수도 좋아해요. 우리가 방배동 이웃 주민이고 EDM으로 통하는 게 있어서 그런가 봐요. 박명수가 엄청 챙겨 줘요."
 
- EDM 컬래버레이션 제안은 없었나요.
"아직 그런 이야기는 없었어요. 컬래버레이션 하니까 생각났는데, 원래 '아모르 파티'에 랩 피처링이 들어가려고 했죠. 근데 제안했던 분이 거절하면서 지금처럼 심플하게 나왔어요. 협업이 무산된 거라 누군지 밝히기 조금 미안하네요. 이름을 대면 아는 유명한 베테랑 남자고 현역이라기보다 선생님에 가까운 분이에요. 팩트는 그분이 절 찼다는 것.(웃음) 지금 버전이 좋아서 만족해요."
 
 

- 역주행으로 느낀 게 있다면요.
"우리나라도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왕년의 김연자인데 내가 못할 게 뭐 있어'라며 기고만장하게 왔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20년이라는 세월은 길었죠. 저에게 20년은 한국에서의 빈 공간이었죠. 그걸 채우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역주행 덕분에 전 엄청나게 빨리 치고 올라간 거예요. 지명도를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모르 파티'가 뜨면서 다 깨달았죠."
 
-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 중이라고요.
"연애를 하고 있어요. 4년째 만나는 좋은 사람이 있죠. 교포도 아니고 순수하게 우리나라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에요. 애칭은 없어요. 내가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자유롭게 오가면서 만나고, 공연도 보러 오고 그래요."
 
>>③편에서 계속 

황지영기자
사진=박세완기자
영상=박찬우기자
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