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사실상 '슈틸리케팀'의 본선행을 가늠할 수 있는 운명적인 경기다.
한국은 최종예선 A조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이란(승점 10), 우즈베키스탄(승점 9)에 이어 3위다. A조 2위까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만큼 이번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유독 '지한파'가 많다. 한국을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껄끄러운 상대다. '우즈베키스탄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세르베르 제파로프(34·FK 로코모티프 타슈켄트)가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2010~2015년까지 K리그 FC 서울과 울산 현대, 성남 FC 등에서 활약했다. 빼어난 개인기와 날카로운 슈팅력으로 팀의 핵심 멤버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이 치른 앞선 4차례의 최종예선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팀 공격을 주도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우즈베키스탄이 한국전에 앞서 치른 마지막 '리허설' 요르단전에서도 2선 공격수로 출전해 1-0 승리를 견인했다.
공격수 알렉산데르 게인리히(32·FC 오르다바시)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역시 2011년 수원 삼성에서 뛴 '지한파' 중 하나다. 게인리히는 2011년 아시안컵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몰아넣는 등 한국에 특히 강한 공격수였다. 이 두 선수는 이번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명단에 들어있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핵심 선수들이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 역대 전적(13전 9승3무1패)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이긴 적은 드물다. 특히 최근에는 지한파의 활약에 고전하며 가까스로 승리하거나 비기는 경우가 더 많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연장전까지 간 끝에 2-0으로 이겼다. 지난해 3월 열린 친선전에서도 겨우 1-1로 비겼다.
핵심은 역시나 제파로프다. 그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 제파로프를 K리그에서 직접 경험해 본 축구인들은 "제파로프는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정말 무섭다. 우즈베키스탄의 키맨"이라며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예상밖 '일격'도 함께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파로프 봉쇄해야 이길 수 있다
"상당히 위험한 선수였다. 여전히 '키맨'으로 활약이 가능하다."(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대단히 영리하다. 약한 체력을 집중적으로 파야 한다." (이상윤 전 성남 FC 감독대행)
"세트플레이에서 양 발을 사용하는 걸 대비하라."(한준희 KBS 해설위원)
세르베르 제파로프를 K리그에서 직접 경험해 본 축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즈베키스탄의 키맨'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윤(47) 건국대 감독은 2014년 성남 FC 감독대행 시절 제파로프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그에 앞서 제파로프는 전임 감독으로부터 "선수도 아니다"는 악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감독대행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제파로프의 개인기를 높게 샀다.
이 감독은 "영리하고 똑똑해서 상대를 이용할 줄 아는 선수였다. 볼 소유 능력과 공을 동료에게 연결하는 '스킬'도 굉장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로서 노련미가 뚝뚝 흐른다. 초반 흐름만 잘 타면 긍정적인 모멘텀을 줄 선수"라고 경계했다. '쇼맨십'까지 있어서 최종예선같은 큰 무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일 여지도 있다.
약점은 체력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2~3년 전부터 체력에 약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시작부터 1대1 상황에서 진을 빼놔야 한다. 거칠게 달라붙으면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가라앉힐 수 있다. 초반부터 진을 빼서 엇박자가 생기면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는 선수다. '양날의 검'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곤(65) 부회장은 과거 울산 현대를 이끌면서 FC 서울에 있던 제파로프를 유심히 봤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체력면에서 저물어가긴 하지만, 제파로프는 경기를 푸는 눈치가 있었다.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 상당히 위험한 선수였다. 전문 키커로 실력과 패싱력도 뛰어났다"며 "스루 패스나 전진 패스는 물론이고 전방에서의 마지막 마무리 또한 정확했다"고 떠올렸다.
여기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기술'도 갖췄다. 바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양 발'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제파로프의 앞선 최종예선 4경기를 보면 여전히 발재간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세트플레이나 코너킥 상황 속에서 키커로 나설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파로프가 주 발인 왼쪽 말고도 오른발로 킥을 날릴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위원은 "제파로프의 메인 발은 왼쪽이지만 간혹 오른발을 세트피스 상황에 사용한다. 정확도가 주 발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적으로도 정말 흔치 않은 케이스다"고 설명했다.
약속된 상황 속에서 날카로운 킥력을 자랑하는 그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양 발을 모두 사용할 경우 '슈틸리케팀'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날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