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자우림이 음악 활동 20년을 돌아봤다. 1990년대 홍대를 돌며 "세상을 부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해온 이들은 2018년 여전히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22년차가 됐지만 큰 감흥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음악만으로 먹고 사는 지금을 다행으로 생각했고, 지금의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변함없는 목표라고 말했다.
셀프 타이틀인 정규10집 '자우림'에는 지난해 선공개된 'XOXO'를 포함해 '광견시대(狂犬時代)',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영원히 영원히',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이코 해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멤버들은 "가장 자우림다운 음악으로 채웠다. 동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동시에 관능적인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노래들이다"고 소개했다.
-20여 년간의 변화를 느끼나. 김윤아 "처음 자우림을 화자로 내세웠을 땐 세상과 싸우고 있을 때였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것을 체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자가 성장하고 나이를 먹은 것도 있겠지만 시대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졌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X세대인데 그 시절 2030 세대는 뭐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요즘엔 '죽지 않았으니 살아야지'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이선규 "IMF를 겪었고 세기말을 살아오면서 싸울 일이 많았다. 참 신기한 건 테이프로 들었던 '일탈'을 지금도 좋아해주신다는 거다. 자우림의 20대를 요즘의 20대가 공감한다는 것도 신기하다."
-청춘과 음악으로 계속 소통하는 비결이 있다면. 김진만 "우리 나이대인 40대 화자를 설정하고 노래를 만든다면 우리도 할 말이 많이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서 좋아해주신다고 생각한다." 김윤아 "어떤 통계 자료를 봤는데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40대라고 한다. 우리가 느끼기에도 아직 미래는 불안정하다. 좋은 직장을 얻은 사람들도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을 한다. 이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대부분이 안정적으로 느낀다면 우리도 다른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대중적인 음악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김진만 "소위 말하는 히트송을 만들 때에도 이걸 대중들이 좋아하겠다고 만든 건 아니었다. 처음 '하하하쏭' 반응이 좋지 않았다. 광고에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김윤아 "정말 알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어떤 음악이 대중에게 사랑받을까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예측할 수있으면 다들 그런 음악을 하지 않을까. 음악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매력을 느끼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적인 것은 포기하고 운과 세상에 맡기고 있다."
-앨범을 만드는 기준은 뭔가. 김진만 "우리 셋이 듣기에 좋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그 기준 맞추기에도 벅차다. 우리가 해체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지금 낸 10집보다 앞으로 낼 11집, 12집이 점점 질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해체할 것 같다. 다행히 전작보다 마음에 들고 좋은 앨범을 만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