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이덕화(66)가 지난해부턴 '낚시 예능꾼'이 됐다. 낚시 전문 방송 외에는 낚시 콘텐트를 볼 수 없었지만 지난해 론칭한 채널A '도시어부'는 낚시와 예능이라는 뜻밖의 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률 5%를 넘기는 등 지상파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까지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이덕화가 있다.
낚시 인생 50년이 넘는다. 시작은 아버지 손에 이끌렸지만 지금은 홍보대사만 10년 넘게 할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낚시만큼 본업인 배우에 대한 열정도 여전하다. 굵직한 작품에 주요 역할로 들어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3월부터 방송될 SBS 주말극 '착한마녀전'에도 나온다. "나도 많이 늙었지만 같이 늙어가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고 그런 후배들이 설 자리가 많이 사라져 가는건 더욱 안타까워요." 이덕화는 이날도 '낚시 장인'의 모습 그대로 마주했다. 편안한 복장에 고량주를 마시며 낚시와 삶에 대해 털어놓았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과거에는 뭐 들이부을 정도로 잘 마셨죠. 지금은 힘들어요. 나이도 있고 그냥 가볍게 즐기는 정도죠."
-요즘 '도시어부' 인기가 엄청나죠. "피부로 많이 느끼고 있어요. 특히 좋아하는 걸 하면서 출연료까지 주니 너무 좋죠.(웃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해요. "드라마 잘 봤다는 사람은 없고 '도시어부' 잘 봤다는 말 많이 들어요. 젊은 사람들이 낚시를 많이 하더라고요. " -최근 시청률 5%를 돌파했어요. "시청률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그래도 하는 프로그램이 잘 되면 기분이 좋고 재밌죠. 제작진과 경규·마이크로닷은 엄청 흥분해요. 시청률 5%를 넘고 지상파를 포함해 목요일 동 시간대 1위를 했다고 하는데 난 잘 알지도 못하겠어요. 하하. 최근 촬영에서 5% 기념으로 케이크에 촛불 붙이고 그러더라고요. 고기를 못 잡아서 열 받아 죽겠는데 옆에서 촛불 꽂고. 휴. 그래서 일찍 잤죠. 아침에 일어나니 축하주들을 더 먹고 잤다고 하더라고요."
-'도시어부' 첫 제안을 받았을 땐 어땠나요. "크게 웃었고 비웃었죠. 안 된다고 접으라고 했죠. 낚시는 조작이 없고 콘티가 없어요. 잔잔한 바다를 믿지 말라고 하잖아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요. 아무래도 방송이면 뭘 낚아 올리는 걸 잡아야하는데 그게 안 되니깐요. 그런데 PD가 며칠간 민물낚시를 동행하며 계속 설득했죠."
-20대인 마이크로닷과 친구처럼 지내요. "마이크로닷이 '도시어부' 최대 수혜자죠. 처음에 봤을 때 한국말을 잘 못 하길래 '뭘 좀 하려나'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애가 참 착하고 순수해요. 사실 누군지 몰랐거든요. 착해서 잘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세대 차이가 안 느껴지나요. "같이 일하면서 부담을 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부담을 최대한 안 주려고 노력해요. 드라마도 그렇고 낚시 프로그램도 그렇고요. 그러니 후배들도 편하게 느끼는거죠. 그러면서 예의는 지키고요." -'도시어부' 장시원 PD가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없으면 안 되긴 해요.(웃음) 멤버 중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다들 한계가 있지 않나요. 그래서 정도를 지키는 데 조언해줘요. 출연자와 제작진간의 의사소통도 나서서 하는 편이고요."
-이경규 씨가 다른 곳에서는 '버럭'하는데 '도시어부'에선 그런 모습이 별로 없어요. "내가 열 살이 더 많잖아요. 그 '버럭' 싫어하는 애들도 있으니 '버럭하지 마라'라고 했죠. 단순히 나이 차 문제가 아니라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라 아마 그 부분이 더 조심스러울 거예요."
-이경규 씨 낚시 솜씨는 어떤가요. "낚시를 좋아하는데 아마추어에요. 릴을 만져본지 얼마 안 돼 보여요. 그런데 또 던지면 잘 낚아요. 낚는데 릴 조절을 잘 못해 고기 빼는게 힘들어요. 희한해요."
-그래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요. "음식 해오는 걸 보면 '저건 못 먹겠다' 싶다가도 한 숟갈 뜨면 맛있어요. 신기할 정도로 맛이 좋아요. 매일 레시피를 적어와요.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해요. 저는 낚시만 하는 거고 경규는 방송을 해야된다는 부담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