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프로야구 경기장 잔디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직결되는 그라운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구단들은 폭염 속에서 잔디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잠실구장, 인천 SSG랜더스필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창원 NC파크를 비롯한 KBO리그 구장 대부분은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Kentucky Bluegrass)'를 사용한다. 일부 구장은 국산 난지형 잔디인 금잔디를 내외야 혼합 식재하기도 하지만, 그라운드의 주 품종은 켄터키 블루그래스다. A 구단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겨울이 있어서 한지형 잔디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추위에 강한 켄터키 블루그래스의 적정 생육 온도는 15~24℃ 수준이다. 반면 고온다습한 환경에는 취약해 최근과 같은 폭염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생육 스트레스가 많이 증가한다. SSG랜더스필드를 관리하는 박종명 소장은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한지형 잔디 가운데서는 그나마 열에 강한 편이지만, 현재와 같은 날씨(폭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SG는 수분 측정기 등을 활용해 잔디의 수분 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 폭염으로 경기가 순연된 지난 5일에도 그라운드 키퍼들은 주기적으로 그라운드에 나와 관수를 이어갔다. 김경덕 SSG 그라운드 키퍼는 "물을 줘도 금세 말라버린다. 수분이 빠진 뒤에는 잔디가 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 경기가 열리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고온으로 인한 생육 스트레스에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물리적 손상까지 더해지면서 잔디 상태가 빠르게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구장의 잔디 품종도 켄터키 블루그래스. 사진은 지난달 25일 잠실 삼성-두산전 모습. 삼성 제공
박종명 소장은 "아무래도 고온 스트레스가 기본인데 거기에 물리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까 피해가 배가 된다고 보면 된다"며 "가만히 있어도 쪄 죽겠는데 누가 자꾸 옆에서 툭툭 치면 스트레스이지 않겠나. 매년 온도가 올라가니 매년 힘들 수밖에 없다. 올해가 가장 힘들고 내년이 가장 힘들 거 같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프로야구 구단들의 그라운드 관리 역시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최상의 경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 기술과 대응 방안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오늘과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1, 2군 경기가 모두 취소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놓인 온도계가 50도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프로 10개 구단 단장과 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가 참석하는 폭염 긴급 대책 회의를 6일 열어 관중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은 리그 운영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종합 대책이 수립되기 전까지 5∼6일 프로야구 1, 2군 전 경기를 열지 않기로 했다. 2026.8.5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