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혜란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내 이름은’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4.02/
배우 염혜란이 신작 ‘내 이름은’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주연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15일 개봉한 영화 ‘내 이름은’은 1998년 봄, 촌스러운 이름을 버리고 싶은 18세 아들 영옥과 봉인해 뒀던 1949년 제주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 어머니 정순의 궤적을 쫓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극중 염혜란은 과거의 파편을 잃어버린 무용 교사 정순을 연기했다. 제주 4·3 사건 당시 부모와 단짝 친구를 잃은 참혹한 기억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인물로, 1948년과 1998년, 그리고 현재를 관통하는 서사의 중심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폭싹 속았수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등에서 독보적인 에너지를 보여준 그는 이번 작품에서 조력자를 넘어 극 전체를 이끌며 저력을 증명한다. 전작이자 첫 단독 주연작인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보여준 코믹함도 완전히 거둬냈다.
염혜란은 아들을 억척스레 키워낸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부터, 1949년의 비극을 온몸으로 관통해 온 정순의 삶을 한꺼풀씩 벗겨내며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외면의 강인함 뒤 숨겨진 해리 현상의 아픔, 역사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정순의 비극적 운명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고스란히 그려낸다.
영화 ‘내 이름은’ 스틸 / 사진=CJ CGV 제공
압권은 마침내 기억을 찾고 세상과 대면하는 정순의 모습이 담긴 엔딩이다. 매일 끼던 분홍색 선글라스를 벗고 목에 두른 스카프를 쥐고 추는 정순의 춤사위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듯한 염혜란의 경건한 몸짓은 관객의 심연을 파고든다.
염혜란은 “정순은 질곡의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강인한 어머니로, (인물의) 커다란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사실 좀 힘들었다”며 “감독님이 현재를 사는 우리와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큰 고통을 겪었지만 그 아픔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다가 진실과 마주하며 겪는 여러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염혜란의 압도적인 열연은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상영 당시 “역사의 비극을 체화한 경이로운 연기”, “염혜란의 연기 자체가 곧 역사”라는 외신의 호평과 기립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 역시 “전작 ‘소년들’에서 염혜란을 처음 만났다. 작은 역할이었는데도 연기가 맛깔나고 리얼해서 ‘저런 연기자라면 더 큰 역할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반했다”며 “어떤 역할이든 완벽히 소화하는 탁월한 연기자”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