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우완 영건 육선엽(21)이 오는 4월 27일로 예정되어 있던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전격 연기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확인한 자신의 기량에 대한 확신과 1군 무대를 향한 강한 의지가 낳은 승부수다.
육선엽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겨울 동안 열심히 준비했고, 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스스로 만족할 만한 피칭이 나왔다. 지금 상무에 가면 아쉬울 것 같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육선엽의 비시즌 성과는 뚜렷했다. 비시즌 4kg을 증량해 팀에 합류한 그는 괌 스프링캠프에서 100%의 컨디션으로 불펜 피칭을 소화해 코치진의 찬사를 받았다. 3월 시범경기 6경기에서는 6⅓이닝 무사사구 8탈삼진 '평균자책점 0'이라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캠프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쳤다. 괌 캠프 당시 그는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내 몸을 불사르고 가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다만 철저하게 준비한 성과를 본 만큼, 정규시즌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는 구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상무 입대를 취소하고 필승조로 자리 잡았던 이호성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육선엽은 상무 입대 취소를 결정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육선엽. 삼성 제공
육선엽은 "구단에서 먼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셨고, 고민 끝에 '올해는 (1군에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막 후 두 경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그대로 상무를 가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비시즌 동안 치열하게 쏟아 부은 노력이 아쉬워서 입대 취소를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결정 과정에서는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이 뼈대가 됐다. 지난해 비슷한 상황에서 상무 입대를 취소했던 1년 선배 이호성은 "네가 열심히 연습했으니 자신 있게 너의 생각을 밀고 가라"며 확신을 심어줬다. 베테랑 백정현은 "물 흘러가듯이 결정되는 대로, 그 안에서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된다"는 조언으로 육선엽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줬다.
삼성 오러클린-육선엽. 삼성 제공삼성 육선엽. 삼성 제공
현재 육선엽은 지난 2일 발생한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상무 입대 전 1군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과도한 의욕이 부상을 부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는 "그동안 의욕이 앞서서 잘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무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작년보다 캐치볼 양을 늘리고 야구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부상이) 온 것 같다"면서도 "현재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보강 운동 위주로 훈련 중이다"라고 전했다.
안정적인 군 복무 대신 1군 생존 경쟁을 택한 육선엽의 목표는 명확하다. 통증으로 인해 밸런스가 무너졌던 정규시즌 첫 두 경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회복 후에는 더욱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육선엽은 "최일언 코치님 밑에서 배우며 올 시즌 기량이 더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은 최대한 하겠다. 가능하다면 작년 (이)호성이 형만큼, 혹은 잘하면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