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빨라진 피치클록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한 선수의 이름을 꺼냈다. 이호성(삼성 라이온즈)의 이름을 콕 찝으며,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의 평가전 첫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선발 곽빈을 비롯한 투수진이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타자들은 다소 저조한 경기력으로 침묵했으나 3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체코전은 달라진 규정이 적용됐다. 이번 평가전은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규정대로 치러지는데,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정을 따른다. 피치클록이 KBO리그보다 더 빠르다. KBO리그에선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3초 안에 공을 던지면 되지만, MLB와 WBC에선 주자 없을 때 15초, 있을 때 18초로 촉박했다.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빨라진 피치클록, 류지현 감독은 어떻게 봤을까. 이튿날(9일) 체코와의 2차전을 앞둔 류지현 감독은 "선수들이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등판을 하지 않은 선수도 벤치에서 느낀 것들이 있을 것"이라며 빨라진 피치클록에 대해 경계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어제 이호성이 영리하게 피치클록을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피치클록 타이머) 3초를 남기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면 바로 견제를 하면서 리듬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이호성은 전날 1차전에 대표팀 4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이호성은 선두타자 에스칼라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1사 후 도루를 내줬다. 이어진 2아웃 상황, 이호성은 신델카와의 승부에서 초구 전에 2루에 공을 던져 주자를 묶었다. 단순한 주자 견제인 줄 알았던 이 행동이, 알고보니 임박한 피치클록을 끊기 위한 영리한 행동이었다는 게 류 감독에 의해 밝혀졌다.
국대 이호성. 사진=KBO
류 감독의 기자회견에 앞서 만난 이호성도 피치클록에 대해 "확실히 빠르긴 했다"라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기 위해 여유를 더 가지려고 노력했다. 3초 남기고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고 여유있게, 편안하게 공을 던졌다. 큰 문제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호성은 이번에 첫 성인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3년 삼성에 입단한 프로 3년 차에 맞은 첫 경사. 하지만 이호성은 중압감 넘치는 대표팀 데뷔전에서도 오히려 베테랑다운 템포로 경기를 운영하며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호성은 "소속팀에서 공을 던진 것과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첫 국제 대회 경기라 재밌었던 것 같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대표팀은 앞으로도 빨라진 피치클록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할 예정이다. 류지현 감독은 "(15~16일에 열리는) 일본전엔 MLB 심판 2명과 일본 심판 1명, 한국 심판 1명이 판정을 한다. MLB 심판은 피치클록을 더 엄격하게 판정한다. MLB 심판이 주심을 본다면, 우리 선수들이 달라진 규정에 적응하는데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