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홈런이 갈랐다. 2-2 동점 상황에서 나온 르윈 디아즈의 2점포와 이재현의 백투백 홈런이었다. 하지만 앞서 만든 2점도 소중했다. 그리고 이 2득점의 뒤엔 '혼신의 슬라이딩'이 있었다.
삼성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2025 신한 SOL 뱅크 KBO 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든 삼성은 정규시즌 3위 SSG를 제치고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는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고 다음 시리즈에 진출하는 일)을 달성했다.
초반 흐름은 사실 아슬아슬했다. 잘 공략해낼 줄 알았던 상대 선발 김광현에게 5이닝 동안 안타 1개만 치며 꽁꽁 묶인 것. 하지만 이 유일한 안타가 결정적인 순간 나온 적시타였다.
0-0으로 팽팽하던 3회였다. 1사 후 강민호와 전병우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진 후속타자 김지찬이 김광현을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렸다. 중전 안타. 하지만 2루 주자가 하필 발이 느린 강민호였다. 득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그러나 강민호는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이종욱 주루코치의 지시와 함께 홈까지 전력질주했다. 홈에 도달했을 때 강민호는 마지막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득점을 만들어냈다. 불혹의 베테랑 포수가 몸을 내던졌고, 그덕에 삼성은 귀중한 선취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에도 삼성 타선은 다소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3회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디아즈가 땅볼로 물러나면서 달아날 기회를 놓쳤고, 5회까지 삼자범퇴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설상가상 6회엔 SSG가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필승조가 가동됐다. 삼성으로선 앞선 기회에서 1점만 낸 게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6회 집중력을 발휘했다. 필승조 노경은이 흔들리는 틈을 잘 노렸다. 선두타자 김성윤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구자욱에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달아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 때 디아즈의 좌전 안타가 나왔다. 하지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라 아무리 발 빠른 김성윤이더라도 홈까지 내달리긴 어려운 타이밍이었다. 이종욱 코치도 김성윤을 막았다.
14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의 추가 득점을 만든 김성윤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삼성 제공
그러나 추가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김성윤은 끝까지 이악물고 홈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혼신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좌익수 에레디아의 송구를 받은 포수 이지영의 태그가 이뤄졌으나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SSG의 요청으로 3분간의 긴 비디오 판독이 있었지만 세이프 원심이 유지되면서 삼성이 2-0으로 달아났다.
꽉 막힌 혈을 뚫어낸 혼신의 슬라이딩으로 삼성은 2점을 앞서 나갔다. 8회 불펜의 난조로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선발 후라도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배찬승-이호성이 합작한 무사 3루 무실점 혼신투도 빛났지만, 앞서 타선이 귀중한 2점을 잘 벌어준 덕분에 점수를 잘 지켜낼 수 있었다.
두 선수의 허슬플레이에 분위기를 가져왔고, 젊은 투수들의 호투에 분위기가 넘어가는 걸 막았다. 그렇게 기세를 잘 부여잡은 삼성은 8회 말 나온 백투백 홈런으로 승리, 업셋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