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 최우수선수(MVP) 안영준(30·1m95㎝)이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의 부담감을 털었다. 그는 “다시 상대 팬들을 조용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안영준은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2024~25 KCC 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에서 27분 동안 3점슛 2개 포함 21점 2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 팀의 86-56 대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1위 SK는 2위 LG와 만나 시리즈 1~3차전을 모두 내줬다. LG의 창단 첫 우승 제물이 되는 듯했으나, 원정 4차전과 홈 5차전을 내리 잡으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모두 25점 차 이상의 대승이다.
강력한 수비와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흔든 정규리그 SK의 모습이 2경기 연속 재현됐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안영준의 부활이 반갑다. 안영준은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14.2점 5.9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올리며 국내선수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이날 전까지 플레이오프(PO) 평균 8.5점에 그쳤다. 챔프전으로 범위를 좁혀도 9.0점에 불과했다. 상대 수비수 정인덕의 끈질긴 마크에 흔들린 탓이다.
이날은 달랐다. 안영준은 특유의 단독 속공에 더해 3점슛도 2방을 터뜨렸다. 3쿼터 초반에는 정인덕을 상대로 3점 플레이에 성공하며 힘껏 포효했다. 안영준의 부활에 힘입은 SK가 여전히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내친김에 KBL 최초의 챔프전 리버스 스윕에 도전한다. 7전제 PO에서 3연패 뒤 4연승은 프로농구는 물론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안영준은 지난 1~3차전 부진으로 인해 부담감을 느꼈다고 인정했다. 그는 “팀원들이 나를 믿고 플레이해야 하는데, 내가 해줘야 할 때 못하니까 부담이 생겼다”며 “이제는 모든 팀원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경기 리듬을 되찾은 거 같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지난 경기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승리 요인은 결국 철저한 비디오 분석과 소통이다. 안영준은 “선수들과 지난 경기를 돌려보며 패스와 수비 타이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서로 잘 도와주다 보니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덕분에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안영준은 신인 시절인 2017~18시즌 챔프전에서 2연패 뒤 4연승으로 우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최초의 기록이었는데, 안영준은 그때보다 지금의 분위기가 더 좋다고 확신했다. 그는 “너무 벼랑 끝까지 간 탓일까. 한 경기 이길 때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다음 경기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간다. ‘한 번만 더 이기자’고 계속 얘기한다. 다시 잠실로 올 수 있다면, 그때 우승 가능성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영준은 “확실히 이기니까 안 힘들다”라고 웃으며 “우리도 부상자가 많지만, 상대도 지친 게 보인다. 우리의 분위기가 올라온 만큼, 꿀릴 게 없다고 본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희철 감독은 6차전을 두고 “창원을 도서관으로 만들 수 있는 경기력을 보인다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취재진이 이 발언을 전하자, 안영준은 “워낙 LG 팬들의 응원이 강하지 않나. 조용해지니까 좋았다”며 “감독님이 말씀대로, LG 팬들이 조용하다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그렇게 플레이해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SK와 LG의 챔프전 6차전은 오는 15일 오후 7시 창원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