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멘토였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오랜 시간 지구 라이벌로, 또 한때 코치로 모셨던 선배 감독이었던 버드 블랙 콜로라도 로키스 감독의 경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콜로라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 경기에서 9-3으로 이기며 최근 8연패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연패를 끊은 직후 버드 블랙 감독과 마이크 레드먼드 벤치 코치 경질을 발표했다.
경질 사유는 당연히 성적이다. 콜로라도는 올 시즌 승률 0.154(승 33패)에 머무른다. 2할이 채 되지 않는 승률로 이대로 가면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기록한 MLB 한 시즌 최다패(121패) 신기록을 가볍게 넘게 된다. 연패 내용조차 안 좋다. 연패를 끊기 전 최근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했고, 전날(11일) 경기에선 0-21로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빌 슈미트 콜로라도 단장은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아직 감독 경질을 고려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고, 우리는 반등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으나 정작 연패가 끝나자 바로 경질을 선택했다.
블랙 감독은 MLB 현역 감독 중 손꼽히는 노장이다. 지난 2007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을 맡으며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7년 콜로라도에 부임 후 올해까지 9시즌 동안 544승 690패를 기록, 역사가 짧은 콜로라도 구단에서 사상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9년 이후 7시즌 연속 부진하며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앞서 2017시즌과 2018시즌 2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가 6년 넘게 사령탑을 맡았던 이유다.
최다승 감독도 역대 최악의 시즌 출발 책임을 피할 순 없었다. 콜로라도 딕 몬포트 구단주는 "지난해와 올해 우리 팀 성적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남은 시즌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개선하겠다"고 경질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땐 감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콜로라도의 최근 수년 간 부진에는 비합리적인 투자, 육성 실패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놀란 아레나도를 헐값에 트레이드 처분하고, 같은 포지션이던 크리스 브라이언트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실패한 게 대표적이다.
블랙 감독의 경질에 예상 밖 인물이 목소리를 냈다. 콜로라도와 같은 지구에서 오랜 시간 순위 경쟁을 펼쳤던 로버츠 감독이다. 이유가 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샌디에이고에서 코치로 일했다. 1루 주루 코치로 3년, 벤치 코치로 2년을 보낸 게 그의 코치 커리어 전부였다. 이후 이듬해 다저스 지휘봉을 잡았다.
지역 매체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의 빌 플렁킷 기자는 "로버츠 감독은 12일 블랙 감독의 경질에 대해 입을 열었다"며 "블랙 감독은 로버츠 감독이 멘토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좋은 친구였고, 이웃이었다"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충격 받았다. 실망했다"며 "케이시 스탱겔 감독이 오더라도 콜로라도의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을 거로 본다"고 비판했다.
스탱겔 감독은 MLB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장이다. 뉴욕 양키스를 맡아 1949년부터 1953년까지 5년 연속, 총 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과 3차례 준우승을 이끈 당대 최고 명장이다. 20세기 최고 명장이 돌아오더라도 지금의 콜로라도라면 살릴 수 없다는 게 로버츠 감독의 지적이다.
다만 로버츠 감독 역시 블랙 감독의 경질과 무관하다고만 볼 순 없다. 그 부진한 콜로라도의 암흑기에 수혜를 입은 구단 중 하나도 다저스라서다. 다저스는 2017년과 2018년엔 콜로라도와 순위 싸움을 벌였지만, 2019년 이후 팀이 암흑기에 빠진 뒤엔 콜로라도의 천적으로 승수를 벌어갔다. 올해를 포함해 7시즌 동안 콜로라도 상대 성적이 69승 27패(승률 71.9%)에 달한다.
다저스는 특히 팀이 어려운 흐름에 빠질 때마다 콜로라도를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곤 했다. 다저스는 올해도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콜로라도와 만나 3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그 전까지 3연속 루징 시리즈를 당했던 다저스는 콜로라도에 3경기를 모두 이기며 분위기 반전을 이뤘고, 결국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탈환하는 원동력을 얻어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