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29·롯데 자이언츠)이 KBO리그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이비슨은 2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했다.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패한 롯데는 데이비슨의 활약을 앞세워 3-2(연장 11회)로 승리, 3경기 만에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첫 등판, 첫 단추를 얼마나 잘 끼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용병들(외국인 선수)은 그게 가장 중요할 거 같다. 얼마만큼 자기 공을 던졌느냐 안 던졌느냐"라고 강조했다. 감독의 말을 들은 걸까. 데이비슨은 확실한 '자기 공'을 던졌다.
25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한 데이비슨이 타구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롯데 제공
투구 수 89개 중 슬라이더가 44개(49.4%)로 절반에 가까웠다. 최고 148㎞/h까지 나온 직구도 위력적이었지만, 큰 키(1m88㎝)에서 나오는 각이 큰 슬라이더의 예리함이 돋보였다. 1회 말 선두타자 최지훈을 볼넷으로 내보낸 데이비슨은 후속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 1-0으로 앞선 3회 말 1사 후 하재훈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게 옥에 티. 하지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4~6회를 피안타 1개로 틀어막았다. 5회 말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내준 하재훈은 슬라이더 2개로 포수 파울 플라이 처리한 게 압권이었다.
마지막 위기는 2-1로 앞선 7회 말이었다. 선두타자 오태곤의 볼넷과 후속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고명준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데이비슨은 박지환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2사 3루에 몰렸다. 노련했다. 1볼에서 슬라이더 2개를 보여준 뒤 4구째 145㎞/h 직구로 3루 땅볼을 유도했다. 8회 말 정철원과 교체된 데이비스는 승리와 인연은 없었다. 2-1로 앞선 9회 말 1사 후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에레디아에게 통한의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 승리 투수 요건이 날아갔다. 다만 롯데는 연장 11회 초 1사 3루에서 터진 손호영의 결승타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7회까지 버틴 데이비슨의 활약 덕분에 불펜을 최대한 비축할 수 있었고, 경기 후반 살얼음 승부에서 1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25일 인천 SSG전을 승리한 뒤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데이비슨. 롯데 제공
데이비슨은 경기 뒤 "지난 주말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 팀이 오늘 경기에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휴식일인 어제 상대 팀의 타자 공략법을 포수와 함께 분석했던 것이 첫 등판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경기 운영에 좋은 역할을 했고, 투구 수 조절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복기했다.
이어 "오늘은 시즌의 첫 등판에 불과하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KBO리그에 적응하고,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