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배정대는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4-4 동점이던 연장 11회 말, 1사 1·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경기를 끝냈다. 배정대의 안타로 KT는 5-4로 승리, 전날(22일) 패배를 설욕했다.
끝내줬다. 이미 배정대는 이 수식어가 익숙하다. 2020년엔 끝내기 안타만 4개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최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2022년 8월엔 희생플라이와 안타를 한 개 씩 추가하며 '끝내주는 남자'의 명성을 이어갔다. 개인 통산 끝내기 기록만 8회(안타 7회)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그 명맥이 끊겼다. 지난 2022년 9월 2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9회 말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낸 뒤로 약 2년 반 동안 배정대의 끝내기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지 어느덧 900여일(907일)이 지나고 있었다.
23일 수원 한화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를 받고 있는 KT 배정대. KT 제공
이유가 있었다. 배정대는 2023년 3월 시범경기에서 입은 골절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하면서 97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24년에도 파울 타구에 왼쪽 발을 맞으며 왼쪽 발 주상골 골절 소견을 받아 시즌 초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끝내기 기회도 줄었다.
올 시즌도 시작이 다소 불안했다. 부상은 없었지만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22일 개막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친 배정대는 23일 경기에서도 연장 전까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다. '끝내주는 남자'의 명성이 있었지만 그 감각을 잊은지는 너무 오래됐다.
하지만 배정대는 해냈다. 경기 후 만난 배정대는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대기 타석 때 조금 불안했다. 마침 더그아웃에 (문)상철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상철이 형이 요새 타격감이 좋은 것 같아서 '어떻게 쳐야 하나'라고 물어보니 '그냥 중심에만 맞힌다는 생각으로 쳐'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듣고 타석에 들어서니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23일 수원 한화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를 받고 있는 KT 배정대. KT 제공
'끝내주는 사나이'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끝내주는 남자' 타이틀이 부담이 돼서 그동안 못 쳤을 수도 있겠다"라며 웃은 배정대는 "끝내기 찬스는 선수에게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담감만 잘 이겨낸다면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보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팬분들이 엄청 오셨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시며 응원해 주시면, 겨울 동안 노력했던 것들을 보상 받은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며 웃었다.
두 시즌 만에 돌아온 끝내주는 남자, 이제 '철인'의 시계도 2년 만에 돌기 시작했다. 배정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시즌 연속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한 철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부상으로 인해 철인의 명맥이 끊겼다. 끝내주는 남자가 돌아왔으니, 이제 철인도 돌아와야 할 때. 그는 "2년동안 144경기에 못 나갔기 때문에 올해 다시 증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144경기에 무조건 나갈 생각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