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배우 이제훈이 지적인 매력을 앞세워 흥행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 한층 힘을 뺀 연기와 은발 분장으로 협상 전문가 캐릭터를 완성, M&A라는 생소한 소재를 안방극장에 연착륙시켰다.
지난달 8일 첫 방송한 ‘협상의 기술’은 11조 원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산인그룹을 구하러 온 협상 전문가와 M&A팀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다. 이제훈은 작품에서 ‘백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산인그룹 M&A팀 팀장 윤주노로 분했다. 극중 윤주노는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협상 전문가다. ‘협상의 기술’은 지난달 30일 방영한 8회가 8.1%의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주인공 윤주노를 연기한 이제훈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협상의 기술’은 장르적 재미나 클리셰에 기대기보단 현실감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배우들에게도 과장보단 정제된 연기가 요구된 작품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극 안에서 이제훈은 노인 설정도 아닌데 은발을 하고 등장한다. 평범하지 않은 비주얼이 사실적인 극에선 자칫 몰입감을 해칠 수도 있는데 이제훈은 자연스러운 소화력과 적절한 완급조절로 시청자가 초반 느낄 낯섦을 빠르게 눈에 익게 바꿔냈다. 8회까지 방영한 현재 이제훈의 은발 변신은 아직 전사가 전부 밝혀지지 않은 윤주노 캐릭터에 신비감을 부여하면서, 프로페셔널한 면모와 냉철한 성격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사진=JTBC ‘협상의 기술’은 지적인 이제훈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최근 몇 년간 주로 장르물을 선택하면서 극적이고 감정적으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왔던 것과는 다른 결이다. 이제훈은 ‘협상의 기술’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모범택시’, ‘시그널’ 등 약간은 판타지가 섞인 작품이 많았는데 ‘협상의 기술’은 가장 땅바닥에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이야기”라며 “그래서 촬영 기간에는 정말 윤주노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협상에 능한 윤주노는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거나 동요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캐릭터다. 그렇다고 차갑거나 날카로운 느낌은 아니며, 불필요한 말과 감정의 표현을 지양하는 데서 오는 무게감이 있다. 이제훈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가벼운 미소를 띈 얼굴에 미세한 말투와 눈빛의 변화만으로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연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협상의 기술’은 이제훈이 다양한 장르를 두루 소화할 수 있고, 이를 보여 주려는 의지도 매우 강한 배우임을 느끼게 한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영화 ‘건축학개론’에선 아주 순진하고 여린 청년의 모습을 보여줬고 ‘모범택시’ 시리즈 등에선 남성미를 풍기는 역할도 했다가 ‘협상의 기술’에선 지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이제훈의 독특한 장점은 기본적으로 선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냉철하지만 착한 본성이 결국 드러나는 부분들이 이번 ‘협상의 기술’의 윤주노 캐릭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