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주 KIA-삼성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김도현의 커브볼. 포수 미트가 땅에 닿았지만 ABS 존을 통과해 스트라이크가 됐다. 사진=MBC스포츠+/티빙 중계화면 캡처15일 광주 KIA-삼성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김도현의 커브볼. 포수 미트가 땅에 닿았지만 ABS 존을 통과해 스트라이크가 됐다. 사진=MBC스포츠+/티빙 중계화면 캡처
지난 15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범경기, 3회 초 KIA 투수 김도현(25)이 던진 공이 삼성 타자 이재현(22) 앞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공을 잡은 포수의 미트는 아예 땅에 걸쳐 있었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낙차 큰 커브가 존 하단을 스쳐 통과했다는 판정이었다. 이재현은 물론, 투수 김도현도 놀랄 정도로 당황스러운 판정이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존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ABS의 존 위치를 조정했다.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는 기존과 동일하나, 높이를 지난해보다 0.6%포인트 낮췄다. 신장 1m80㎝인 선수 기준으로 약 1㎝가 더 낮아지는 셈이다.
1㎝의 변화가 선수들에겐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높은 코스가 화두였다면, 올해는 낮은 코스가 중요해졌다.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투수가 유리할 거란 전망이다. 특히 낙폭이 큰 커브라면 포수 미트가 땅에 붙더라도 김도현처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곽빈-김광현-박세웅. IS 포토
KBO리그에서 커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투수는 두산 베어스 곽빈, SSG 랜더스 김광현,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등 있다. 세 선수 모두 지난해 리그에서 커브 구종가치가 높았던 선수(스탯티즈 기준)들. 베테랑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지난해 다승왕(15승)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도 올해 커브 구사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모두 새 ABS를 대비한 전략이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달라진 ABS에 대해 "낮은 곳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다 보니, 각(낙폭)이 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것 같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역시 "임찬규처럼 각도 큰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KIA 외 여러 팀이 5선발 찾기에 한창인 가운데, 낮은 ABS의 수혜로 커브볼러들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이 패스트볼처럼 올해는 커브볼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