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별도 커머스 앱을 전격 발표하며 '쿠팡 왕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빠른 배송을 안착시킨 데 이어 홀로 백화점을 거닐며 쇼핑하는 듯한 개인화 AI(인공지능) 커머스 시대를 선언했다. 최대 포털 입지를 커머스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앱 독립한 ‘쇼핑’
네이버는 12일 자체 생성형 AI 기술로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출시했다.
김주관 네이버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은 “앱 출시를 기점으로 쇼핑 플랫폼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상반기 중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으로 판매자와 사용자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이용자의 검색 피로도를 낮추고 알아서 상품을 제안하는 AI를 적극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AI 쇼핑 가이드’와 ‘발견’ 기능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검색하면 ‘AI 쇼핑 가이드’가 ‘디자인 작업하기 좋은’, ‘휴대성이 좋은’, ‘대학생이 쓰기 좋은’ 등 최적의 노트북을 보여준다. 해당 기능은 노트북, 휴대폰,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제품군에 우선 적용되며, 이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개인화 추천 기능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신규 서비스 ‘발견’은 개인화된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 추천 서비스다. 최신 트렌드의 인기 상품을 30초 내외의 영상으로 소개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의 ‘발견’ 탭.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신규 앱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펼친다.
먼저 앱에서 첫 구매를 하는 고객에게 2만원 이상 구매 시 10% 할인 쿠폰(최대 5000원)을 일괄 제공한다. 17일부터 30일까지 14일간은 6000여 개의 파트너사가 참여하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오픈 위크' 행사가 펼쳐진다.
행사 기간 매일 오전 0시와 10시에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내에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10% 할인 쿠폰(최대 3000원), 5만원 이상 구매 시 15% 할인 쿠폰(최대 8000원)을 선착순으로 뿌린다.
여기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이용하는 경우 멤버십 추가 적립 5%에 슈퍼적립 상품이라면 추가 10% 적립으로 최대 15%의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행사 기간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6시마다 선착순 반값 쿠폰으로 5개 상품을 특가에 구매할 수 있는 ‘앱 타임딜’ 행사와 매일 20여 개 상품을 하루 동안 특가로 제공하는 ‘원데이딜’, 마트 상품군을 최대 90% 이상 할인된 특가로 구매할 수 있는 ‘99딜’ 등 할인 행사가 잇따라 진행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는 1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교환 혜택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전까지는 반품안심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의 상품에 한해 무료 반품과 교환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멤버십 회원 자격만 있으면 ‘네이버배송’으로 대부분의 상품을 무료 반품·교환할 수 있다.
이처럼 네이버는 커머스에 AI와 숏폼을 접목해 지난해 국내 유통 기업 최초로 연매출 40조원 고지를 넘어선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네이버가 빠른 배송에 활용하는 CJ대한통운 메가허브 곤지암. CJ대한통운 제공
쿠팡의 최대 무기인 빠른 배송은 이미 턱밑까지 추격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에셋 헤비(Asset Heavy)’ 대신 파트너십을 십분 활용하는 ‘에셋 라이트(Asset Lignt)’ 전략을 취한 덕분이다.
에셋 헤비 모델은 플랫폼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는 만큼 효율성이 높지만, 이익 실현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대규모 공산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에셋 라이트 모델은 파트너사의 역량에 서비스 품질이 달려있어 일부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에 맞는 배송 형태를 보장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출범한 이후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파스토, 아르고 등과 협업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상품 입고부터 창고 관리, 출고 등 배송 전 과정을 전문 업체가 대행하는 것을 뜻한다.
쿠팡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자체 물류센터를 짓는 대신 배송사, 물류 기술 회사와 손을 잡고 부담을 확 줄이면서 짧은 시간 안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재화했다.
서비스 초기에는 빠른 배송을 전면에 내세운 쿠팡과 달리 원하는 시점에 물건을 받는 ‘도착보장’으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시했다. 그러다 지난달 네이버배송으로 명칭을 바꾸고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으로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오늘배송의 경우 당일 오전 0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오늘 도착을 보장해 쿠팡과 다를 바 없다.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된 서비스 지역의 확대만 과제로 남았다.
빠른 배송의 효과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삼정KPMG는 작년 상반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가 22%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쿠팡(20%)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추정했다.
최대 포털 입지 커머스로 확장
다만 쿠팡의 시장 선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네이버가 ‘온라인 장보기=쿠팡’ 공식을 깨기 위한 승부수로 AI를 띄운 이유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2025년 1월 설문 결과를 보면 최근 3개월간 식료품을 사기 위해 쿠팡을 이용한 사례는 73.7%에 달했다.
네이버 쇼핑을 써봤다는 답변은 38.1%로 큰 격차를 보였다. 컬리(27.2%), 이마트몰(21.5%), G마켓(19.2%) 등이 뒤를 이었다.
2023년과 비교해 대부분의 온라인 채널은 입지가 좁아졌는데 쿠팡은 13%포인트 이상 크게 늘었다.
생필품과 신선식품 위주의 빠른 배송 전략과 직관적인 앱 UI·UX(이용자 인터페이스·경험)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네이버는 빠른 배송과 멤버십 혜택 등으로 쿠팡의 장점을 희석하면서 AI 기능으로 전에 없던 쇼핑 경험을 뒷받침해 확고한 1위 자리를 넘본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부터 AI를 서비스 전 영역에 점진적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커머스 사업이 AI 전환의 선봉에 선 셈이다. 그만큼 핵심 먹거리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14.8%) 증가한 2조923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주력인 서치플랫폼(3조9462억원) 다음으로 많다.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무난하게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한류를 타고 양대 축으로 꼽혔던 콘텐츠 사업이 주춤한 사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구축해온 쇼핑 생태계는 더욱 확장되고 이용자들의 쇼핑 경험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이 이용자에게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특별하고 소중한 탐험의 장소가 되고, 판매자에게는 AI라는 강력한 비즈니스 수단을 지원해 더 큰 성장의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