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조(19·삼천리)의 당돌한 말에 옆에 있던 임지유(19·CJ)가 빵 터졌다. 이어 임지유도 "저요, 저"라며 웃었다. 그렇게 '은메달' 듀오 절친의 신인상 레이스가 막을 열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은메달 멤버 유현조와 임지유가 2024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유현조와 임지유는 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제주 서귀포 테디벨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리는 2024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지난해 투어 정규시드권을 획득한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두 선수는 지난해 9월 항저우에서 열린 AG 여자골프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루키들이다. 유현조는 단체전과 병행한 개인전에서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임지유는 대회 첫날부터 코로나19에 걸려 부진했지만, 이 악물고 완주해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이후 유현조와 임지유는 국내에서 열린 KLPGA 투어 정회원 선발전과 시드순위전을 거쳐 2024시즌 투어 정규시드권을 획득했다. 유현조는 시드순위전에서 5위를 기록했고, 임지유는 정회원 선발전에서 2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나선 지난해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유현조는 지난해 9월 초청선수 신분으로 출전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지유도 5월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공동 12위, 9월 제12회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공동 15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두 선수는 아마추어 꼬리표를 떼고 '프로' 신분으로 정규투어에 나선다. 두 선수 모두 신인왕에 초점을 두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지난해 김민별(20·하이트진로)과 황유민(21·롯데) 방신실(20·KB금융그룹)의 치열했던 3파전에 버금가는 신인왕 레이스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4일 1라운드를 마치고 만난 두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데뷔 첫 투어 대회라) 긴장도 많이 됐다. 잘 치고 싶었는데 의욕이 많이 앞섰다"라고 첫 라운드를 돌아봤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선수는 같은 조에서 함께 경기를 치렀다. 임지유는 "얘(유현조)랑 쳐서 마음이 편했다"라고 말했고, 유현조도 "(임지유 덕분에) 아마추어 대회 치른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라고 말했다. 평소엔 소셜 미디어(SNS)에서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티격태격한다는 그들은 필드 위에서도 남다른 우정을 과시하며 첫 라운드를 잘 치러냈다.
유현조는 전날(3일) 기자회견에서 "우승과 신인왕을 목표로 지난겨울 열심히 훈련했다"라며 올 시즌 포부를 전했다. 그를 괴롭혔던 무릎 통증도 지난겨울 수술과 재활 훈련을 통해 작별했다고도 이야기했다. 임지유도 과거 인터뷰에서 "지난해 루키 3인방을 보면서 '신인도 저렇게 잘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신인왕과 첫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두 선수의 목표가 똑같다. 필드 위에선 경쟁자, 어제(AG)의 동지가 적이 된 셈이다. 신인상 레이스에 대한 질문에 두 선수는 "AG에선 단체전에 더 신경 썼지만, 여기선 개인전이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경쟁 상대라기보단 선의의 경쟁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서로 응원해서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라며 서로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