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차두리 코치, 헤어초크 수석 코치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에게 ‘과감한 결단력’은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을 앞둔 가운데, 사실 팬들의 관심은 결과만큼이나 ‘선발 라인업’에도 쏠려 있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최정예를 가동하느냐, 아니면 토너먼트에 대비해 로테이션을 가동하느냐에 대한 관심이다.
상대가 미정일 뿐 한국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말레이시아에 무려 107계단이나 앞서 있다. 한국은 23위, 말레이시아는 130위다. 지더라도 16강에 오르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패배는 예상하기 어렵다. 승패를 떠나 얼마나 많은 골을 넣고 이길 것인가에 대해 더 관심이 쏠릴 정도다. 매 경기가 ‘실전’인 만큼 최대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다행히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숨을 고를 기회가 찾아왔다는 평가다.
한국의 16강 상대로 가장 유력한 일본의 경우는 이미 지난 최종전에서 직전 경기와 비교해 무려 선발 라인업을 8명이나 바꿨다. 이라크전 1-2 충격패 여파도 없진 않았겠으나 상대가 최약체인 인도네시아였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선발진에 변화를 줬다. 그런데도 일본은 3-1로 승리를 거두고 직전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력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봤다.
더구나 한국은 이른바 ‘경고 트러블’에 걸린 선수들이 워낙 많다.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조규성(미트윌란) 등 핵심급 선수들이 대거 앞선 두 경기에서 경고 한 장씩을 받았다. 최약체인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출전했다가 자칫 대회 두 번째 경고라도 받으면 다음 경기인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현재 경고 트러블에 걸린 선수만 무려 7명이나 된다.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종목 특성, 그리고 주심의 성향이라는 변수 등을 고려하면 경기를 안 받고 플레이하는 건 쉽지가 않다. 손흥민과 김민재 등 핵심 선수들의 휴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차두리 코치가 선수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최대 변수는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꾸준히 연속성을 강조하며 플랜 A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가 누구든, 전력 차가 어떻든 무조건 베스트 전력만을 내세웠다.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유럽 원정 평가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에선 심지어 A매치 2연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단 1명만 바꾸거나, 당시 FIFA 랭킹 95위였던 베트남과 국내 평가전에서조차 베스트 라인업을 꺼내 들었을 정도다.
그나마 아시안컵 직전 열렸던 이라크전에서야 손흥민과 김민재 등이 대거 빠진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이마저도 전반전 경기력이 좋지 못하자 후반 시작과 함께 핵심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문선민(전북 현대)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은 A매치 6경기 연속 벤치만 지키고 있고,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고도 여전히 A매치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선수가 있을 정도로 클린스만 감독은 이른바 쓰는 선수만 써왔다. 말레이시아전 선발 라인업의 변화 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클린스만호는 지난 요르단전 2-2 무승부로 인해 여론이 좋지만은 못한 상황이다. 자칫 선발 라인업에 대거 변화를 줬다가 경기력이 좋지 못하거나, 심지어 발목이라도 잡히면 팬심은 그야말로 들끓을 수밖에 없다. 여론을 크게 의식하는 감독은 아닌 것처럼 보이긴 하나 그래도 대회 도중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는 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건 경고 트러블에 걸린 선수들뿐만 아니라 앞선 2경기에서 중책을 맡았던 핵심 선수들까지도 철저하게 휴식을 주면서도 기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대회에서 활약을 기대해 볼 새로운 얼굴까지 등장하면 더할 나위 없다. 다만 그간의 감독 성향을 돌아보면 이만큼 과감할 정도의 로테이션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주축 선수들이 여전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유지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과감한 결단 여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