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시대다. 꼭 등단 작가가 아니라도 퍼스널 브랜딩의 필요로 인해 책을 출간한다. 콘텐츠를 쉽게 소비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늘어났다. 까다로운 선별과정이나 비평 없이도 누구나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는 에세이 전성시대다.
그래서 일상의 소재를 다룬 수필이 넘쳐나지만, 구독수를 위한 자극적인 소재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아니면 독자를 모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출간 된 ‘꽃잎이 뜸 들이는 시간’은 결이 달라 반갑다. 쉽고도 짧은 수필모음집으로, 재미있게 읽힌다. 그런데 담담하고 절제된 시선이 오히려 묵직하다.
‘있는 척’하지 않는 문체도 한몫한다. 대단한 식견이나 진리를 설파하는 듯한 글들과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일까. 무대에 서서 생생한 감정에 호소하는 외침이 아니라 함께 산책하는 친구의 나직한 목소리에 가깝다. 그래서 더 쉽게 읽히고 어느새 빠져든다.
그런데 읽다보면 문장이 아니라 그 사이의 빈틈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행간의 장면들이 모르는 사이 스며들어 몇 번이고 눈을 깜박이게 된다. 그것이 작가의 필력이다. 스치는 삶의 단상들은 날것으로 드러나는 법이 없이 작가의 몸속에 머물며 익었다.
버릴 것은 버려지고 씻겨 내린다. 그 과정은 몇 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 에센스만 남았을 때 이슬처럼 맺혀 저절로 문장이 되었다. 작가는 그것을 ‘이야기 물방울’이라고 표현한다.
평범한 하루의 단상이 어떻게 시와 같은 문장으로 표현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에세이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
박준 시인은 "삶과 글은 한데 고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척에 놓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한다"며 "삶이 한발 나아가며 생각과 마음을 이끌고 다시 사유와 글이 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삶을 견인한다. 투지(投止)와 투지(鬪志)의 기록이 여기 온전히 담겨 있다"고 평했다.
한편, 월간 신나는가와 서울 작은도서관은 오는 2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복합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민경숙 작가 북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