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대한항공)와 5연패(한국도로공사). V리그 디펜딩챔피언들이 위기에 빠졌다. 3라운드가 한창인 현재, 예상치 못한 연패에 빠지면서 선두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올 시즌 두 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남자부 대한항공은 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를 목표로 2023~24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서 모두 우승한 대한항공은 과거 삼성화재 왕조도 달성하지 못한 통합 4연패에 도전했다. 삼성화재는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에 성공했으나,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시즌(2008~09, 2010~11)이 중간에 껴있어 연속 통합 우승은 3회다.
올 시즌을 앞두고 큰 전력 누수가 없었기에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줄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1~2라운드를 결장했고, 2라운드 막판엔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마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두 에이스의 이탈 속에 대한항공은 선두 우리카드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10일 KB손해보험전에서도 져 3연패에 빠진 대한항공은 2위(승점 25)에 머물러 있다. 선두 우리카드(승점 30)보다 5위 OK금융그룹(승점 22)과의 거리가 더 가깝다. 링컨의 빈자리를 임동혁이 메워주고 있으나,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집중 견제에 취약하다. 정지석도 복귀했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풀타임 소화가 어렵다. 에이스 공백으로 인한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사진=KOVO
지난 시즌 여자부 챔프전에서 김연경의 흥국생명을 꺾고 우승한 한국도로공사도 올 시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14경기 동안 거둔 성적은 3승 11패(승점 12). 최근에는 5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5위 정관장(승점 20)과는 승점 8점 차.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승점 6)과는 6점에 불과하다. 디펜딩챔피언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도로공사는 시즌 전 전력 누수가 있었다. 주포였던 박정아(아웃사이드 히터)가 페퍼저축은행으로 FA(자유계약) 이적한 영향이 컸다.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공백을 전새얀과 고의정, 아시아쿼터 타나차(태국)로 메우고자 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는 집중 견제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로공사는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으로 활로를 찾고 있으나 적응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연패 탈출이 절실한 두 디펜딩챔피언은 13일 나란히 경기를 치른다. 대한항공은 3위 싸움 중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2위 지키기에 나선다. 도로공사는 대전에서 정관장을 상대로 연패 탈출과 함께 중위권 도약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