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대에 올라서면 긴장감이 돈다. 가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도 한다.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한국 남자 다이빙 대표팀의 이재경(24·광주광역시 체육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특별한 목걸이를 만지면서 긴장감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내던져 입수했다.
이재경은 지난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G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1~6차 시기 합계 426.20점을 얻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1986년 서울 대회 이선기 이후 37년 만에 AG 남자 3m 스프링보드 개인전 메달을 획득했다.
이재경은 5차 시기까지 357.20점으로 AG에서만 메달 10개를 딴 한국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에 7.05점 뒤진 4위였다. 그러나 우하람이 마지막 6차 시기에서 가장 높은 난도(3.9)를 시도하다가 46.80점에 그쳤다. 뒤이어 이재경은 6차 시기에서 69.00점을 얻어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앞서 우하람과 호흡한 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 김영남(제주도청)과 짝을 이룬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연속 은메달을 딴 이재경은 대회 첫 개인전 메달을 획득했다.
이재경의 AG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5년 전 대회가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도 현장에서 대기했다. 그는 "당시 (부상 선수 발생에 대비한) 후보 선수였다"며 "내게는 동기 부여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재경은 '다이빙 부부'다. 아내 강유나 씨도 다이빙 선수 출신이다. 지금은 운동을 그만뒀지만, 아내로부터 든든한 조언을 얻고 있다. 그는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와이프가 알고 있어 서로 이해하며 잘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이재경은 세상 단 하나뿐인 아내가 만든 목걸이를 착용하고 입수한다. 그는 "아내가 목걸이 만드는 취미가 있다. 소소한 사업도 한다"고 했다. 이재경이 좋아하는 색으로 목걸이를 몇 개 만들어 선물했다.
그는 "원래 몸에 액세서리를 잘 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목걸이는 와이프가 직접 만든 거 아닌가"라며 "다이빙대에서 목걸이를 만지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번 대회에서도 긴장감을 풀 수 있던 것도 이 목걸이 덕분"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요즘에는 목걸이를 계속 착용한 채 다이빙한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끊어지지 않고 분실의 위험도 없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다이빙을 시작한 이재경은 "(우)하람이 형과 싱크로 훈련을 하면서 '나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경쟁자지만, 함께 훈련하며 깊은 유대를 쌓았고 조언도 많이 얻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 티켓이 걸린 내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