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AG) 11타수 만에 첫 안타를 친 원동력을 묻는 말에 강백호(KT 위즈)가 내놓은 답이다. 강백호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답이기도 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2구장에서 열린 태국과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7-0, 5회 콜드게임승을 거둬 조 2위로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전날(2일) 대만전 0-4 영봉패로 4연속 우승 도전이 험난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야구는 A, B조 상위 1, 2 위 팀이 조별리그 성적을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인 2일 대만전에서 0-4로 져, 금메달 도전이 가시밭길이 됐다. 이번 대회 야구는 A, B조 상위 1, 2 위 팀이 조별리그 성적을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B조 전력을 고려하면 대만과 한국의 슈퍼라운드 진출이 유력하다. 조별리그에 상대한 팀과는 슈퍼라운드에서 재대결하지 않는다. 한국이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에 패할 경우 남은 한 경기에서 이겨도 1승 2패로 결승전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백호도 책임감을 느낀다. 1일 홍콩전(10-0, 8회 콜드게임) 2일 대만전에 4번 타자로 출전해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백호는 "4번 타자로 나섰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큰 짐을 준 거 같아서 미안하다"며 "선수들이 날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 (무안타에서 벗어나도록) 피드백을 해주더라"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3일 태국전 6번·지명타자로 내려간 강백호는 10-0으로 크게 앞선 4회 말 무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로 이번 대회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는 "동료들과 현지 한국 팬이 많이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
입단 당시부터 '천재타자'로 불리며 신인상을 거머쥔 강백호(KT 위즈)는 이번에 네 번째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기쁜 순간보다 아픔과 힘든 기억이 훨씬 많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껌 논란'이 일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 6-10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은 상황, 더그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고 모습으로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에서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잠시 발이 떨어졌고, 상대 2루수가 태그해 아웃됐다. 어이없는 아웃에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호주전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대표팀은 졌고,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강백호는 다시 한번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강백호가 올 시즌 부진하면서 대표팀 합류에 관해서도 따가운 시선이 향했는데, 실제로 2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자 '아픔'이 쌓였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국제대회는 항상 책임감이 다르다. 이번엔 막내가 아닌 주축 선수로 나와 좀 더 무게감이 있다"면서 "벤치에서 응원도 많이 했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는데, 아쉬운 결과를 얻어 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꼭 결승전에 올라가야 한다. 누구랑 붙든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