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은 아직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다. 19일 기준 222타석(52경기)을 소화했지만, 긴 홈런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54명의 타자 중 홈런이 없는 건 오지환 포함 총 7명.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7명의 타자 중 '그럴 수 있겠다'라는 선수가 대부분인데 오지환은 조금 예외"라고 말했다.
'규정타석 무홈런' 타자들은 대부분 장타가 약하다. 7명의 타자 중 하나인 홍창기(LG)만 하더라도 지난해 홈런이 단 1개였다. 박용택 위원의 말처럼 어느 정도 '홈런 가뭄'을 예상할 수 있는 선수인데 오지환은 약간 케이스가 다르다. 그는 지난해 홈런 25개를 쏘아 올렸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데뷔 첫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았다. 이종범(1996~1997) 강정호(2012) 김하성(2016·2020)에 이어 역대 유격수로는 여섯 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오지환은 현재 규정타석을 채우고 홈런이 없는 7명의 타자 중 하나다. IS 포토
2009년 데뷔한 오지환은 타격에 일가견이 있었다. 프로 데뷔 두 번째 시즌 만에 홈런 13개를 터트렸고 2016년에는 개인 첫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게 일곱 차례나 된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LG 타선이 기록한 619홈런 중 10.2%(63개)를 책임졌다. 김현수(93개) 채은성(현 한화 이글스·80개) 유강남(현 롯데 자이언츠·70개)에 이은 팀 내 누적 홈런 4위.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보여준 게 바로 오지환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유격수 중 수비도 수비지만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지닌 선수가 오지환이다. 오지환의 홈런이 아직 없다는 건 정말 의외"라며 놀라워했다.
터지지 않는 홈런 때문에 조바심이 생기진 않을까. 오지환은 "(조바심이) 없으면 거짓말이다. (홈런이 나오지 않는) 원인을 찾기보다 어떻게 (타격)감을 잡느냐가 첫 번째인 거 같다"고 말했다. 오지환의 타율(0.269→0.264)은 전년 대비 크게 다르지 않다. 홈런이 줄면서 장타율(0.470→0.346)이 떨어졌지만, 출루율(0.357→0.392)은 오히려 올랐다. 홍창기(0.433)와 문성주(0.405)에 이은 팀 내 3위이자 리그 9위. 홈런에 집착하기보다 다른 부분을 신경 쓴 결과이다. 염경엽 LG 감독도 타율이 오르면 장타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강조한다.
오지환은 "개인적으로 (경기가) 끝나고 나서나 들어가기 전에는 '이제 좀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안 나오니까 아쉽긴 한데 상황이 마음을 바뀌게 한다"며 "경기에서 일단 이기면 최고고, (팀이 승리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