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으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고민으로 떠오른 케이시 켈리(왼쪽)와 김재환. IS 포토
서울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한 지붕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고민이 비슷하다. 투·타 전력 핵심 케이시 켈리(34·LG)와 김재환(35·두산)의 성적이 들쭉날쭉하다. 팀 내 비중이 큰 두 선수의 반등이 절실하다.
켈리는 KBO리그 대표 장수 외국인 투수다. 올해로 5년째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매년 160이닝 이상 소화하며 최소 13승을 따냈다. 지난해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 16승(4패)을 거뒀다. 2020년 5월 16일부터 2022년 7월 28일까지 75경기 연속 5이닝을 책임지기도 했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올 시즌 개막전 선발 영예도 그의 차지였다.
그런데 올해 성적이 기대를 밑돈다. 켈리는 시즌 첫 14번의 등판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4.6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성적표(10승 1패 평균자책점 2.52)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전년 대비 탈삼진이 줄고, 피안타가 늘면서 각종 지표가 악화했다. 17일 기준 규정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22위에 그친다. 지난 11일 한화 이글스 원정에서 1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 6실점 한 뒤에는 '교체설'이 고개를 들었다.
케이시 켈리는 LG 트윈스의 자타공인 장수 외국인 투수지만 유독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IS 포토
차명석 LG 단장이 "교체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우승에 도전하는 LG로선 에이스의 부진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일단 켈리는 17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 6이닝 7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6월 세 번째 등판에서 월간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내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켈리가 살아나야 결국 선발진이 살아난다"며 "팀에나 (마운드를 운영하는) 나한테 엄청 중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토종 거포 김재환이 부진하다. 김재환은 2018년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슬러거이다. 그해 홈런 44개를 쏘아 올려 역대 LG와 두산 소속 국내 타자로는 사상 첫 시즌 40홈런 신기원을 열었다. 홈런 치기 쉽지 않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가공할 만한 힘을 과시했다. 두산은 2021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재환에게 4년 최대 115억원을 투자했다. 인센티브 합계 5억원을 제외하면 계약금과 총연봉 각각 55억원씩 110억원을 보장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타율과 장타율이 크게 떨어져 우려를 낳았다. 장기 계약 첫 시즌부터 빨간불이 켜졌는데 올 시즌엔 성적의 낙폭이 더 크다. 2018년 0.657를 기록한 장타율이 4할대 초반에 머문다. 가물에 콩 나듯 홈런이 나오지만, 한 시즌 30홈런을 거뜬하게 때려낸 전성기 활약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2군에 내려간 두산으로선 김재환의 슬럼프가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올해 연봉만 15억원에 이른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7일 LG전에서 김재환을 2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가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건 2021년 9월 1일 이후 654일 만이었다. 김재환은 시즌 11번째 멀티 히트(4타수 2안타)로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팀 타선이 더 불을 뿜고, 김재환이 부진하면 전체적으로 침체하는 경우가 있다. 김재환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라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