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가 ‘금의환향’을 앞두고 있던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입구를 바라보며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도착만을 기다리던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휠체어를 탄 채 공항에 도착한 박승호(인천 유나이티드)였다.
김은중호 일원으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한 박승호는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귀국했다. 조별리그 2차전 온두라스전에서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대회 도중 귀국길에 올라 수술까지 받았다. 5~6개월 뒤에야 그라운드 복귀가 가능한 큰 부상이었다. 이날 휠체어에 앉아 선수들을 기다린 이유였다.
휠체어에서 내린 뒤에도 목발을 짚고 가까스로 다닐 정도의 몸 상태에도 박승호가 굳이 공항으로 향한 이유. 대표팀 동료들을 공항에서 직접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부상으로 귀국한 뒤에도 대회 기간 내내 자신을 잊지 않았던 동료들에게 고마움과 또 미안함을 직접 전하고 싶었을 터다.
실제 박승호가 먼저 귀국한 뒤에도 동료들은 늘 그의 유니폼과 함께 했다. 경기를 앞두고 선발 출전한 선수들이 베스트11 사진을 찍을 때도, 경기가 끝난 뒤 기념 촬영을 할 때도 꼭 누군가는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박승호의 유니폼을 들었다. 박승호도 앞서 본지와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유니폼을 들어줘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 부상으로 먼저 귀국길에 오른 만큼 동료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아무래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이영준(김천 상무)은 대부분 경기에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잠깐이나마 취재진과 만난 박승호도 “애들한테 미안함이 앞선다”면서 “그래도 충분히 잘하고 좋은 성적을 가져와서 고맙다”고 했다.
선수단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오랜만에 만난 박승호와 동료들은 환하게 웃으며 안부를 물었다. 이후 박승호는 목발을 짚은 채 김은중호 일원으로 합류해 함께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환영행사에도 직접 참가했다. 중도 귀국길에 올랐지만, 김은중 감독이 늘 박승호를 포함해 ‘21명’을 언급했듯 귀국 행사엔 완전체가 모여 더욱 의미가 컸다.
김은중호의 우정은 마지막까지도 빛났다. 공격수 이영준은 박승호의 부상으로 대회 기간 내내 유일한 최전방 공격수로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는데, 행사 사회자 질문에 박승호를 향한 서운한 감정이 아닌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이영준은 “(박)승호가 일단 (온두라스전에서) 골을 넣어줘서 우리도 분명 좋은 상황으로 흘러갔다. 덕분에 4위라는 결과도 만들었기 때문에, 승호에게 서운하기보다는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더 전하고 싶다”고 말해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대표팀을 ‘원팀’ 분위기로 이끌어 낸 김은중 감독도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는 선수들이 관심을 많이 못 받았던 게 사실이지만,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직접 증명했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지도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 그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 같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런 김은중 감독을 위해 선수들은 헹가래로 마지막 선물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