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서현이 8일 2군행을 통보 받았다. 사진=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던지고 내려와 주변 눈치를 상당히 많이 보더라.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지 않나. 정말 많이 힘들어 보였고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8일 신인 김서현(19)을 2군으로 보냈다.
김서현은 한화가 최고로 꼽는 기대주다. 최고 시속 160㎞ 광속구를 던지고, 1군이어도 긴장하지 않는 당돌한 멘털을 데뷔전부터 보여줬다. 주 무기 슬라이더뿐 아니라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아는 감각도 보유했다. 최원호 감독이 부임하자 마자 그를 필승조로 점찍은 이유였다.
그런데 그 좋은 공이 최근 좀처럼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질 않았다. 끝나지 않는 제구 난조로 2.08까지 내려갔던 평균자책점은 7일 2실점으로 5.60까지 치솟았다. 좋을 때는 아시안게임 승선까지 거론됐던 그가 이제 국가대표가 문제가 아니게 됐다. 최원호 감독은 그에게 머리를 비우고 포수 리드만 따르라는 조언도 던졌다. 서울고 때부터 자유롭게 던지던 팔 각도도 고정하라고 했으나 끝내 성과를 얻지 못했다.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 정도 수준의 선수를 패전 처리로 1군에서 기용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필승조로 계속 썼다.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결정적으로 내려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어제 김서현이 던지고 내려와 주변 눈치를 상당히 많이 보더라.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지 않나. 정말 많이 힘들어 보였고,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최원호 감독은 "서현이 정도면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왕'이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자존감이 높을) 선수가 어제같은 모습을 보였으니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며 "퓨처스(2군)팀을 4년째 맡고 있지만 김서현보다 멘털 좋을 것 같은 선수는 강재민 말고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군에서 김서현에게 내려질 건 우선 '진단'이다. 기술적 문제인지 멘털의 문제인지 등 여러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최 감독은 "퓨처스팀 투수 파트에게는 '1군에서 내린 지시는 다 배제하라. 직접 보고 서현이와 미팅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자'고 했다"고 말했다. 고정하려 했던 팔 각도에 대해서도 묻자 "투구 폼은 본인이 원하는 곳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좋은 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제구 난조가 기술의 문제인지, 멘털의 문제인지는 가서 봐야 한다. 서현이가 마음을 추스리면 의외로 빨리 감을 잡을 수도 있다"며 "훈련 때 잘 하는데 실전에서 안 될 수도 있다. 2군 경기는 잘 되는데 1군에서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보고 평가해 선수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불펜 대신 선발 경험도 할 예정이다. 최 감독은 "2군에서도 불펜으로 던지면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다. 서현이는 특별하게 관리해야 하고 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실전 때도 대기만 하기보다 중간에 훈련도 해야 한다. 투구 수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던져야 투구 감각도 생긴다. 그래서 선발 수업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격려도 잊지 않았다. 최원호 감독은 "서현이에게 '난 네가 문동주와 함께 향후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가 될 거라 확신한다. 지금은 퓨처스에서 정비를 하기 위해 가는 것이고, 슈퍼스타가 되는 길의 과정에 있는 것이다. 선발 수업을 받겠지만, 선발 보직을 시키겠다는 건 아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트레이닝도 열심히 받고 등판 전 피칭도 해보면서 코치님들과 문제점을 살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모두가 1년 차에 류현진과 오승환이 될 수는 없다. 김서현 역시 마찬가지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첫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한 계단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