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싸움이 한창인 3위 롯데 자이언츠가 한 템포 쉬어간다. ‘주포’ 한동희(24)와 필승조 김진욱(21)·김상수(35)를 한꺼번에 빼면서 재정비 시간을 부여했다. 그 사이 롯데는 3연패를 당하며 2위 LG 트윈스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1.5경기 차). ‘기세’를 몰아 추격해야 할 상황에서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세 선수의 최근 페이스를 봤을 땐 당연한 선택이었다. 한동희는 최근 10경기 타율 0.257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0홈런 3타점에 장타율 0.286, 병살 3개 등 중심타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필승조 김진욱은 최근 3경기에서 아웃 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하며 부진했고, 김상수도 최근 10경기 7과 3분의 1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6.14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세 선수 모두 4, 5월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역들이지만 최근 페이스만 봤을 땐 휴식과 재조정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리셋(reset)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들의 말소 배경을 설명했다. 5일 말소한 한동희에 대해 서튼 감독은 “지난 두 달 동안 타격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면서 “2군에서 멘털이나 지난해 좋았던 타격 폼을 되찾고 올해 고전했던 것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3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서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31.
필승조 2명에 대해선 “두 선수가 그동안 팀을 위해 잘 던져줬지만, 최근 경기에서 커맨드(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라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2군에서 리셋과 리커버리(회복·recovery)가 필요한 시점이라 1군에서 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재조정(reset)과 회복(recovery), 그리고 분위기 전환(refresh) 차원에서의 결정이었다. 서튼 감독은 “시즌은 길다. 매 경기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를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부러지거나 다치는 순간도 있다.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새 선수는 열흘 뒤에 바로 1군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한동희는 말소 뒤 퓨처스(2군) 경기에 출전해 2경기 타율 0.444로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고, 김진욱도 곧 2군 경기에 출전해 분위기를 환기시킬 예정이다. 김상수도 컨디션에 따라 2군 경기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
서튼 감독은 “열흘짜리 휴가를 보내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선수들이 조정기를 잘 거치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