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석현준(32)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한축구협회(KFA) 규정상 집행유예 기간 정식 선수 등록이 불가능해 선수 커리어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원지법 형사13단독 김재학 판사는 1일 석현준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프랑스에서 체류하던 중 병무청으로부터 2019년 6월 3일까지 귀국하라는 통보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귀국하지 않은 혐의가 결국 유죄로 판결된 것이다.
석현준은 앞서 다른 해외파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와 상무 등 소속으로 병역을 이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계속 해외에 머무르다 끝내 병무청의 병역기피자 명단에 올랐다. 선수 측은 “구단이 병역 관련 문제를 잘 알지 못했고, 언어 문제로 에이전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석현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병역 기피 논란이 결국 유죄로 판결되면서 석현준의 선수 커리어도 끝날 위기에 처했다. 대한축구협회(KFA) 등록 규정에 따르면 집행유예 기간인 선수는 전문 축구 선수는 물론 동호인, 지도자 등으로도 등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K4리그(4부) 전주시민축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던 계획도 이번 유죄 판결과 KFA 규정에 따라 무산됐다.
석현준은 트루아(프랑스) 2군 소속으로 지난해 4월에 출전한 게 마지막 공식 경기 출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미 1년 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년의 집행유예 기간 동안에도 정식 선수로는 뛸 수 없게 됐다. 무려 3년의 공백기는 선수로서 사실상 치명적인 공백이다. 선수 생활도 사실상 끝날 가능성이 커진 배경이다.
적극적으로 유럽 무대를 두드린 도전정신으로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고, 한때 국가대표팀까지 승선했던 공격수라는 점에서 더욱 쓰라린 추락으로 남게 됐다.
석현준은 네덜란드 아약스를 무작정 찾아갔고, 연습경기에서 마틴 욜 감독을 사로잡고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그는 12년 간 유럽 5개국(네덜란드·포르투갈·튀르키예·헝가리·프랑스) 아시아 1개국(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 팀을 전전하며 해외 생활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A대표팀에도 소집돼 15경기에 출전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도 2기, 3기에 이름을 올려 골까지 넣었으나 지난 2018년 11월 우즈베키스탄전을 끝으로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국내로 돌아와 병역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석현준처럼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지 못한 다른 해외파 선수들이 입대 시기에 맞춰 귀국해 상무 등을 통해 정정당당히 병역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석현준도 지난 2018년에 이를 통한 병역 해결의 기회가 있었다.
다만 석현준은 이 길을 택하지 않은 채 귀국하지 않아 계속 해외에 머물렀고, 현지에선 귀화 준비설까지 돌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병무청의 병역기피자 명단에 오른 뒤에야 귀국 통보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땅을 밟았다. 선수 측은 선고 직후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