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출연한 데 대해 반려인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일요일 아침의 문을 여는 예능 프로그램에 갑자기 대통령 부부를 출연시키며 편향적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반려인들은 윤 대통령 부부가 이번 방송에서 밝힌 반려동물에 대한 가치관과 정책 방향성 등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8일 방송된 ‘동물농장’은 은퇴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새롬이’를 찾는 시각장애인 김한숙 씨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새롬이의 행방을 찾아 나선 제작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새롬이는 김씨와 6년여간 지내다 은퇴한 뒤 윤 대통령 내외에게 입양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새롬이를 입양한 계기에 대해 “후보 시절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안내견 학교에 갔다가 ‘당선이 돼서 마당이 있는 관저에 살게 되면 은퇴 안내견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며 “그 이후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새롬이를 입양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청자는 윤 대통령 부부의 출연 자체를 두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방송사가 일반 예능을 통해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방송 후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치방송 선 넘지 마세요”, “이제부터 ‘동물농장’ 안 봅니다”, “현 정권을 위해 편애 방송하는 SBS” 등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댓글들이 목격됐다.
그러나 이날 ‘동물농장’은 윤 대통령 부부의 이야기 외에도 안내견 후보생들과 현직 안내견인 ‘반달이’와 ‘대한이’ 에피소드도 함께 담으며 안내견들의 생활을 전체적으로 조명했다. 윤 대통령 부부 또한 대통령 내외가 아닌 은퇴 안내견의 입양자로 소개된 셈이다.
직위와 정당을 떠나 윤 대통령 내외는 ‘동물농장’ 섭외 취지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물에 관심이 높은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문제점을 짚는다면 향후 정책이 도입되거나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동물농장’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안내견, 군견, 경찰견 모두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병원비를 예우해달라”, “동물법 강력하게 강화 시켜달라”, “동물 유기범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등 반려인들의 요청이 줄을 이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유기견과 길고양이를 꾸준히 입양해 키우며 새롬이까지 총 11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또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은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도입 및 치료비 경감 △반려동물 서비스 산업 육성 △강아지 공장 근절 등 반려동물 보호체계 정비 등 동물 복지에 대한 공약을 내놨다.
‘동물농장’에서도 윤 대통령은 “특수 목적으로 봉사하는 강아지들이 많이 있는데,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봉사했기 때문에 치료를 받게 될 때 일정 부분은 국가와 사회에서 부담을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임기 내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말미에는 “(반려견) 사지 말고 입양하시라”고 독려했다.
후보 시절부터 보인 윤 대통령의 남다른 ‘동물 사랑’이 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애견인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동물보호법 개정 등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김건희 여사가 동물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개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국회에서는 곧장 ‘특별법 발의’를 추진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김건희 여사와 정부, 여야 정치권의 개식용 종식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적극 지지한다”는 환영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