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김하성(28)의 분전에도 하락세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경기에서 1-6으로 대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즌 20승 25패(승률 0.444)에 그친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악재가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경기 전 매니 마차도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마차도는 앞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왼쪽 손목 사구를 맞았는데, 미세 골절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휴식을 위해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했다.
마차도는 샌디에이고의 중심 타자이자 벤치 리더다. 샌디에이고가 직접 키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있지만, 타티스 주니어가 지난 몇 년 간 부상과 사건사고로 비운 자리를 마차도가 지켜왔다. 지난해를 비롯해 꾸준히 MVP(최우수선수) 투표에 이름을 올릴 만큼 성적도 뛰어났고,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빛났다.
그랬던 마차도가 올 시즌 부진하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에도 OPS(출루율+장타율)가 0.654에 그쳤다. 거기에 부상으로 아예 이탈하게 됐으니 타선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당장의 빈자리는 김하성이 나쁘지 않게 채웠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하성을 올 시즌 2루수를 주 포지션으로 다른 포지션까지 소화 중이다. 마차도가 이탈하자 3루로 옮겨 공백을 메웠다. 타격에서도 제 몫을 했다. 2번 타자로 나선 20일 경기에서는 4타수 1안타를 때리며 시즌 타율 0.235를 유지했다. 앞서 18일 캔자스시티전에서 2안타 2볼넷을 기록한 데 이은 2경기 연속 안타다.
샌디에이고 블레이크 스넬.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김하성이 제 몫을 하는 정도로는 샌디에이고의 빈자리를 다 채울 수 없다. 비싼 몸값의 선수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팀 연봉 총액이 2억 4900만 달러(3308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치세 기준으로 계산하면 2억 7700만 달러(3680억원)에 달한다. 지난 겨울 잰더 보가츠(11년 2억 8000만 달러) 마차도(11년 3억 5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 800만 달러) 등 대형 계약을 연달아 맺은 결과물이다.
여기에 이미 계약을 맺은 타티스 주니어, 조 머스그로브, 대형 트레이드로 영입한 후안 소토,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까지 보유했다.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군단이다. 시즌 전 ESPN은 샌디에이고가 100승에 가까운 승수를 올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물이 최악이다. 머스그로브는 부상을 겪고 돌아오더니 평균자책점 6.63에 그치고 있다. 스넬은 1승 5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 중이다. 4월 타율 0.308 OPS 0.914로 활약한 보가츠는 5월 타율 0.208 OPS 0.587에 그치는 중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제이크 크로넨워스. 사진=게티이미지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높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하고 있는 이가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이 아닌 김하성(1.9)이다. 김하성이 그만큼 활약했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스타 선수들이 이름값을 못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설상가상으로 스타 군단에게 투자하느라 1군 뎁스가 얇아졌다. 하위 타선에는 1할대 타자들이 줄지어 나오니 득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은 물론 100승 이상을 거두고 월드시리즈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됐지만, 현실은 지구 4위에 그치고 있다. 대형 영입 없이 내부 유망주와 단년 계약 위주로 빅리그 로스터를 꾸린 라이벌 LA 다저스와는 20일 기준 무려 8.5경기나 차이가 난다. 오히려 개막 전부터 최하위권 후보로 꼽히던 콜로라도 로키스와 단 1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 우승이 아니라 최하위에 빠지는 걸 걱정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