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SSG전에서 홈런을 친 변우혁. 사진=KIA 타이거즈 개수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KIA 타이거즈 ‘거포 기대주’ 변우혁(23)의 홈런은 실속 만점이다.
지난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와 SSG 랜더스전은 십수 년 동안 한국 야구를 이끈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김광현(이상 35)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이 모았다. 두 투수는 통산 6번 맞대결했고, 같은 전적(2승 2패)를 남겼다.
투수의 투구만큼이나 타선의 득점 지원이 중요했던 경기. 양현종은 웃었다. 0-0으로 맞선 4회 말 2사 1루에서 나선 변우혁이 김광현의 체인지업을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 홈런을 친 것.
맞는 순간 결과를 알 수 있을 만큼 멀리 뻗은 타구였다. 김광현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KIA는 5회 공격에서 김광현 상대 1점을 뽑아냈고, 양현종은 8회까지 실점 없이 막아냈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리드를 지키며 3-0 승리를 거뒀다. 1위 SSG를 잡았다.
변우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KIA가 장타력을 높이기 위해 영입한 유망주다. 10년 넘게 KIA에서 뛰었던 ‘아픈 손가락’ 한승혁을 한화 이글스에 내줬다.
간판타자 최형우는 우리 나이로 마흔한 살이다. 나성범도 30대 중반. KIA는 황대인·김석환 등 기존 선수에 장타를 칠 수 있는 기대주가 더 필요했다.
변우혁은 9일 기준으로 홈런 3개를 쳤다. 현재 이 부문 1위 박동원(LG 트윈스)이 8개를 기록했으니,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무엇보다 변우혁의 홈런은 항상 중요한 타이밍에 나왔다. 지난달 2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상대 투수 커크 맥카티를 상대로 2회 초 선제 홈런을 쳤다. 4월 22일 삼성라이온즈전에서도 1-0으로 앞선 1회 초 원태인으로부터 만루 홈런을 치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이 삼성전도 양현종이 선발 등판한 경기였다. 올 시즌 양현종이 승리 투수가 된 경기 모두 변우혁이 홈런을 쳤다. 원래 궁합이 잘 맞는 타자-투수가 있다.
변우혁도 분전이 필요하다. 출전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20경기에서 타율 0.189에 그쳤다. 하지만 득점권 21타석에선 홈런 1개를 포함해 타율 0.278를 기록했다. 타점은 팀 내 1위인 11개다. 기회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꽤 좋은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고 잇다.
변우혁은 아직 황대인·류지혁 등 1·3루 자원들과 자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기세가 좋다. 현재 폼이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인 맥카티, 국내 대표 우완 투수 원태인 그리고 전 메이저리거 김광현으로부터 홈런을 친 점도 어필될 수 있다. 강한 투수에 강한 타자로 말이다. KIA에선 이전 소속팀에 있을 때부터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