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혁은 스프링캠프부터 KIA 코칭 스태프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은 선수다. 지난겨울 팀에서 10년 동안 뛰었던 투수 한승혁을 한화 이글스에 보내고 받은 선수, 아직 1군에서 잠재력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거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렸었다.
변우혁은 2일 SSG 랜더스전에서 KIA 유니폼을 입고 1군 데뷔전을 치렀다. 0-0이었던 2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SG 외국인 투수 커크 맥카티의 149㎞/h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잡아당겨 좌월 홈런을 때려내며 KIA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김종국 KIA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1일 개막전에서 왼쪽 발목에 통증이 생긴 주전 2루수 김선빈 대신 오프시즌 성장한 기량을 증명한 김규성을 내세웠고, 선발 1루수는 변우혁, 개막전 1루수로 나선 황대인은 지명타자(DH)로 썼다. KIA 대표 타자이자 주전 DH 최형우는 대타로 뒀다.
최형우는 1일 SSG전에서 두 차례 득점권에서 침묵했다. 사령탑 입장에선 기량 점검이 필요했던 변우혁을 선발로 쓰고, 승부처에서 베테랑(최형우)을 투입하는 운영을 고려할 만했다.
변우혁의 원래 포지션은 내야수다. 그가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를 땐 기존 1루수 황대인이 자리를 위협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2일 선발 라인업처럼 황대인이 DH로 나설 수도 있다. 최형우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타자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리빌딩 필요성과 현재 타격감을 두루 고려했을 때 DH야말로 경쟁이 치열한 자리라고 볼 수 있다.
2일 SSG전에선 최형우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2-2 동점이었던 4회 초 1사 만루에서 김규성의 타석에 대타로 나섰고 우전 안타를 치며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KIA는 이후 박찬호·김도영의 연속 안타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볼넷, 황대인의 2루타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 경기에서 9-5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까지는 최형우가 빠지면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김석환·김도영 등 신예 선수들이 1군 무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내야(1·3루) 외야(좌익수)에 경쟁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이 선수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줘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최형우는 3일 기준으로 통산 1463타점을 기록 중인 최형우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보유한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1498개) 경신을 노리고 있다. 그도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할 이유가 있다. 김종국 감독은 시즌 2번째 경기부터 내부 경쟁은 시즌 중에도 진행형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KIA는 테이블 세터 한 축(2번 타자)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받았던 김도영이 2일 SSG전 주루 중 왼쪽 5번째 중족골(발등) 골절로 최장 4개월 동안 이탈한다. 김종국 감독의 용병술이 시즌 초반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변우혁이 좋은 기운으로 시즌을 맞은 점이 KIA 타선 운영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