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성장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어두운 터널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 3위를 다퉜지만 투자 시장 위축과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여념이 없다. '최대 포털' '국민 메신저'를 넘어선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주가 떨어졌지만 투자 늘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양대 포털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실적 악화와 기록적인 주가 하락에도 전년 대비 상승했다.
네이버는 2022년 말 기준 1조8091억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전년보다 9.3%가량 늘었다. 연간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2.01%에 달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4개에 불과했던 연구 실적은 2020년 50개로 정점을 찍은 뒤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에 기반을 둔 글쓰기 등 창작 기능과 대화형 검색 서비스, 동영상 번역 기술 등 다양한 연구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네이버는 현재까지 검색·플랫폼·모바일·광고·AI 등 분야에서 266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도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조21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는데,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매출 대비 비중도 14.4%로, 전년보다 2%포인트 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구·개발의 인건비와 용역·인프라 수수료, 상각비 등을 포함한다"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영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개발비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기술·인프라·서비스·비즈니스 부문 아래 총 9개의 연구실을 운영하며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또 AI에 특화한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은 챗GPT의 등장으로 후끈 달아오른 생성 AI 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모델 '칼로'를 적용한 창작 플랫폼 '비 디스커버'를 선보인 데 이어 한국어 AI 챗봇 '다다음'을 이달 시범 서비스로 내놨다가 1만2000명의 이용자가 몰려 하루 만에 일시 중단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반도체 대장주까지 추격하며 시총 70조원을 찍었던 2021년이 황금기였다. 그러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독점 등 우려로 정부가 규제 논의에 나서자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치에 투자하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광고 매출 의존도 탈피 과제
지금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단순한 수익 구조부터 손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광고 매출 의존도가 높다. 신사업도 네이버는 커머스, 카카오는 콘텐츠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2022년 연간 매출 8조2201억원 가운데 검색·디스플레이 등 서치플랫폼은 43%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으며, 커머스가 18%로 뒤를 이었다.
같은 해 카카오의 카톡·다음 광고 등을 포함한 플랫폼 매출 비중은 전체의 53%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게임·음악·스토리 등 콘텐츠가 책임졌다.
이에 양대 포털의 또 다른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하는 투자 책임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네이버는 차세대 커뮤니티와 글로벌 진출을 미션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북미 최대 패션 C2C(개인 간 거래) 포시마크를 올 초 1조6700억원에 품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무리한 지출을 한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걱정을 샀다.
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에비타(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올해 1분기에 충분히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카카오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CIO)를 사내이사로 앉혔다. 배재현 CIO는 자본 유치와 투자 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1조200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 유치를 이끈 인물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등 다방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