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 Z는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갈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어디가냐고 아내가 물었더니 Z는 ‘재현이 생일 카페’에 간다고 대답했다. Z가 제일 좋아하는 NCT 127 멤버 재현이의 생일 카페였다. “그럼 재현이도 오는거야?” “재현이가 어떻게 와. 바쁜데” “재현이도 안오는데 거길 왜 가?” “그냥 팬들끼리 모여서 생일 파티 하는 거야.”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Z도 엄마의 질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사자도 안오는 생일 파티라니. 예전에는 홍대 근처에서 많이 했는데 요즘은 성수동에서도 많이 한다는 ‘아이돌 생일 카페’. 가끔 성수동에서 아이돌 얼굴이 많이 붙어있는 카페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팬들이 운영하는 ‘아이돌 생일 카페’였다. 그날 오후 양손에 종이가방을 여러 개 들고 들어온 Z에게 물어봤다.
아이돌 생일 카페(사진=이연우 제공)
X재국 : 아이돌 생일카페는 왜 가는거야? Z연우 : 이유는 정말 여러가진데, 일단 넓게 생각하면 내 최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가는 거에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그저 평범했을 날이겠지만 내 최애의 생일은 내 생일만큼이나 특별하고 신나는 날이니까요. 생일 카페는 보통 2~4일 동안 운영을 하는데 카페를 모두 아이돌 사진과 굿즈로 꾸며 놓았고, 그 공간에는 그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만 모여 있으니까 좋은 거예요. 생일 카페에서 음료를 하나 시키면 그에 맞는 특전과 최애 사진으로 디자인된 컵홀더를 보내주는데 특전이 예쁘고 컵홀더 디자인이 예쁠수록 많은 사람이 몰려요.
X재국 : 특전이 뭔데? Z연우 : 특전은 비공식 포토카드나, 팬들이 만든 스티커도 있고 럭키드로우를 해서 아이돌 사진 액자나 시리얼컵, 머그컵이나 LP판을 주는 경우도 있어요. 특전이 좋으면 새벽 6시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선착순 특전을 받으려고.
X재국 : 그 생일 카페는 누가 여는 건데? Z연우 : 주로 팬들이 열죠. 그냥 일반 팬들도 많이 열지만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주로 아이돌 스케줄을 따라다니며 사진찍는 사람들)들이 여는 경우도 많아요. 소속사에서 공개하는 공식 사진도 있지만 홈마들이 공개하는 비공색 사진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거든요. 홈마들은 팬들의 니즈를 잘 알아서, 홈마들이 찍은 미공개 사진으로 전시회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X재국 : 아이돌들도 자기 생일 카페하는 거 다 알겠지? Z연우 : 실제로 아이돌들이 길을 가다가 자기 생일 카페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서 펜카페 같은 곳에 올리거나 자기 SNS에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심지어 얼마전 레드벨벳의 웬디는 자기가 직접 성수동에 생일 카페를 오픈했고 거기 오는 팬들에게 커피도 무료로 나눠주고 특전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미공개 사진도 공개해준 일이 있었어요. 웬디가 직접 카페 내부를 꾸며서 다른 그룹의 팬들이 모두 부러워했죠. 웬디는 진심으로 자기 팬들에게 고마워하는 것 같다면서요. 아마 앞으로는 아이돌 멤버들이 팬들에게 역조공하는 생일 카페도 많이 열 거 같아요. 요즘은 아이돌 생일 카페도 있지만 실제로 최애의 생일 주간에는 소속사 근처를 지나는 버스에 광고를 하거나 전광판 이벤트를 하는 경우도 있고, 생일 카페 대신 최애가 좋아하는 음식점, 예를 들면 삼겹살집이나 마라훠궈집을 생일 식당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나도 어렸을 때, 나름 덕질을 했다. 그때는 이미연이랑 최수지 좋아해서 책받침도 많이 사고 잡지책 사면 주는 피비 케이츠 브로마이드 받아서 내 방 벽에 붙여 놓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 Z들의 덕질은 확실이 사이즈가 다르다. 카페를 통째로 빌리기도 하고 팬들이 모금을 해서 기부도 하고 나무를 심어 그 아이돌 이름으로 숲을 만들기도 하니까. 최애 생일 카페에 갔다와서 행복해하는 Z에게 물어봤다. “생일 카페가 그렇게 재밌어?” “아빠 내 인생에 또 하나의 기념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좋지. 힘든 날이 생기는 것 보다는 기념일이 많이 생기는 게 더 좋은 거 아냐?” 하, 그래. 인생에 기념일 많으면 좋지.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