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뉴롯데’를 향하는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사업 개편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는 인수합병, 흡수통합, 신규설립, 임원교체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개 계열사 사내이사, 3개는 대표이사 겸임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계열사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7개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2022년 상반기 신 회장의 급여 수령액은 103억원으로 대기업 총수 중에 가장 많은 액수다. 롯데지주 42억4900만원, 롯데케미칼 19억1500만원 등을 받았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제과는 신 회장이 사내이사인 동시에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계열사다. 급여를 수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외 신 회장은 캐논코리아의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까지 5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부터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다. FRL코리아는 신 회장이 부회장 시절 설립을 직접 주도했던 회사다.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51%, 49%씩 지분을 출자해 FRL코리아를 세웠다. 신 회장은 2005년부터 FRL코리아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번에 등기이사에서 내려왔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무래도 미래 사업을 위해 그룹이 집중해야 할 사업 위주로 업무를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 등 4곳이다. 유통 계열사는 롯데제과 한 곳이다. 롯데는 과거 ‘유통’ 중심에서 화학군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등 사업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신 회장이 가장 오랫동안 연임하고 있는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다. 그룹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계열사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사내이사로 11회 연속 연임하고 있고, 2023년 3월까지 임기다. 보통 등기이사 임기가 2~3년이라면 적어도 22년 동안 사내이사 자리를 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캐논코리아에서도 9회 연속으로 사내이사직을 연임하고 있다.
‘뉴롯데’ 향한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재조정
롯데는 외부인사를 수혈하기 시작한 뒤 임원교체도 활발하다. 최근 신 회장이 공들여 데려온 것으로 알려진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도 지난달을 끝으로 롯데를 떠났다. 배상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2021년 9월 롯데가 그룹 사장단으로 영입한 첫 외부인사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초대 디자인경영센터장이기도 했던 배 교수는 1년 5개월 만에 사임했고,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배 교수를 중심으로 롯데는 5개팀 30여명으로 구성된 디자인경영센터를 꾸렸고, 그룹의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의 디자인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디자인과 관련해 방향성 등 초기 세팅을 마무리한 뒤 본업인 후임 양성을 위해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룹 수뇌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배 교수가 지휘봉을 잡은 뒤 디자인적으로 내놓은 결과물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지난해까지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해시태그에 ‘롯데디자인센터’를 꼭 삽입했지만, 올해 게시물에는 이를 넣지 않았다.
롯데그룹과 카이스트의 협력은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배 교수가 가교 역할을 했던 협력 사업이다. 지난해 롯데는 카이스트에 140억원을 출연하며 2025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롯데·카이스트 연구개발센터, 롯데·카이스트 디자인센터 건립을 약속한 바 있다.
롯데 측은 “카이스트와는 이미 산업적으로 협력이 된 사안이라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롯데를 향한 사업 재조정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달 신 회장은 롯데물산을 롯데지주 산하로 변경했다. 롯데물산은 원래 롯데그룹 호텔군(HQ)에 속해 있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롯데제과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롯데그룹은 미래 사업을 위한 신규설립으로 계열사 6개가 늘어났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90개다. 수소합작사인 롯데SK에너루트 외에도 롯데케미칼이 미래의 수소사업을 위해 3개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롯데칠성이 바이오 사업체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