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일방통행하지 않고, 대화의 ‘티키타카’를 이어가며 함께 골(goal)을 찾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먼저, 진심은 생각을 꺼낸 사람의 진정성을 뜻합니다. 진정성은 나 하나 만족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 알아줘’는 진정성으로 부족합니다. 상대의 결심을 이끌어 내야 진심입니다. 나의 진심, 너의 결심이 뭉쳐칠 때 우리의 합심이 만들어 집니다. 물리학에선 힘의 합력을 배우지만 소통에선 마음의 합력, 합심을 배웁니다. 합심의 기술은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라는 질문의 문제점을 살펴 보겠습니다. 실제 장면을 놓고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승엽 신임 두산 야구단 감독의 취임식 날 이야기입니다. 공식행사 뒤 이 감독은 감독실로 옮겨왔고 운영팀장과 팀 상황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감독실 문이 열려 있고, 두산의 유투브 채널 ‘베어스 tv’가 촬영 중입니다.
주장 김재환 선수가 찾아옵니다. 두산의 4번 타자이기도 합니다. 이 감독은 그의 시즌 기록을 놓고 “앉아보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선수는 고민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힘이 들어갔습니다.”
이때 이 감독의 반응입니다. “왜 힘이 들어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감독의 말에 물음표를 붙여야 할지, 느낌표를 써야 할지 헷갈립니다. 이 장면은 두산 구단의 유투브 채널에 남아 있으니 여러분께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여러 사람에게 각각 보여줬습니다. 대표적인 두 사람 사례입니다. 중견 출판사 30대 팀장의 반응입니다. “아, 불편해요”라고 말합니다. 40대 방송사 부장은 “음, 뭐지…”라고 말합니다. 팀장은 김재환 선수의 입장에서 느낌을 표현했고, 부장은 ‘뭐가 문제지’하며 갈피를 못잡네요. 상당수 팬은 “이 감독의 사이다 발언”이란 반응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일단 ‘왜’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에서 ‘왜’는 순수한 호기심의 표현하는 질문이 아니라 질책의 뉘앙스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대 팀장의 “불편하다. 힘들겠다”는 반응과 설명이 그렇습니다. 40대 부장은 이 감독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도와주려는데, 원인을 찾아보자는데 뭐가 문제지?”라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이건 말하는 사람의 의도일 뿐입니다. 듣는 사람이 공격 받는다는 느낌이 들고, 이것이 쌓여 간다면 그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소통은 궁금증,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유를 묻는 ‘왜’는 본질을 향하는 좋은 질문이라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냐, 말하고 듣는 사람이 어떤 관계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순수한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 야구에서 감독과 선수의 대화는 선수기용이라는 권력 관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편하게 말해보자’고 해서 그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자식 간에는 또 어떻습니까?
질문을 연구한 많은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왜’를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비난하는 식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영어가 다르지 않습니다. ‘왜’를 쓸 때 듣는 사람이 방어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수많은 질책성 ‘왜’를 듣고 살아왔기에 우리는 많은 경우 ‘왜’라는 질문을 받게되면 위축되고, 변명하고, 심하면 입을 다뭅니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무엇 때문에 그런가요?” 또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표현으로 ‘왜’를 대신해 보라고 제안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해볼까요?”라고 묻는 것도 좋습니다. 함께 돕겠다는 의미도 포함될 수가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생각을 발전시켜 해결책을 궁리하게 만듭니다.
이 감독은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으나 때로는 실패도 인정하며 극복해낸 겸손한 사람입니다. 상황에 맞춰 레그킥을 바꿨던 그가 감독으로서 새로운 질문으로 변화, 발전하길 응원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A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