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5)과 김동엽(33)은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2022년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심리적 위축까지 뒤따르며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두 선수는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부진 여파로 새해엔 연봉 삭감과 1군 전지훈련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며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아야 했다.
지난해 김헌곤은 삼성 외야진의 주축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박해민(33)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팀을 떠나며 중견수 공백이 생겼고, 김헌곤에게 주전 기회가 먼저 돌아갔다. 하지만 김헌곤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고, 6월까지 1할 타율에 머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령탑은 그를 믿고 꾸준히 투입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팬들의 비난뿐이었다. 그 사이 ‘루키’ 김현준이 치고 올라와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고, 김헌곤은 다시 코너 외야수로 자리를 옮겼으나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김헌곤은 타율 0.192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2군으로 내려가 시즌을 마감했다.
김동엽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선수단 코로나19 확진 여파로 개막전 선발에 이름을 올렸으나 안타 없이 하루 만에 1군에서 말소됐고, 4월 중순 다시 올라와 2할5푼대의 타율을 기록했으나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수비 탓에 활용 폭이 좁아진 김동엽은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팀이 기대하는 홈런도 때려내지 못하면서 결국 후반기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흘린 땀의 양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노력파’ 선수들이지만 받아 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새 시즌 연봉도 6000만원이나 깎였고, 6년 이상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빠졌다. 두 선수는 익숙했던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이 아닌, 이시카와 구장에서 열리는 2군 캠프에 참가해 새 시즌을 준비한다.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1, 2군 선수단 모두가 오키나와에서 훈련하고 있고, 박진만 삼성 감독도 종종 2군 캠프를 방문해 선수들의 훈련 상황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군 선수단이 훈련하는 이시카와 캠프도 1군 아카마 구장으로부터 차로 15분 거리다. 이동이 자유롭다. 두 선수에게 1군 기회는 충분히 열려있다.
현재 두 선수는 2군 캠프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재걸 삼성 퓨처스 감독은 “최고참인 두 선수가 솔선수범하면서 열심히 해주고 있다”라며 “기술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2군 캠프에 온 것은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였으니, 조만간 1군에 복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