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첫사랑에 울고 웃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자만이 소유하고 있는 그때 그 시절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떠올리게 하는 한 편의 추억여행,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다.
‘20세기 소녀’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17세 소녀 나보라(김유정 분)가 절친 김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드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다. 단편영화 ‘영희씨’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방우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2019년 어른이 된 보라에게 낡은 비디오 테이프가 배달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순수했던 1999년 17세 소녀를 들여다보는 보라와 함께 어느새 풋풋했던 당시 첫사랑의 기억 속으로 순식간에 빠진다. 연두는 심장 수술을 받으러 미국으로 떠나기 전,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이름만 아는 남학생의 정보를 파헤쳐달라고 보라에게 부탁한다. 보라의 ‘백현진 찾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키, 좋아하는 음료, 신발 사이즈, 학교 친구, 좋아하는 운동까지. 연두의 첫사랑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 파헤치던 보라는 백현진(박정우 분)이 방송반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열정을 불태워 결국 합격한다. 정작 현진은 방송반에 들어가지 않고 그의 절친인 운호(변우석 분)와 보라가 함께 하게 된다. 가까이 앉아야 정이 두터워진다는 속담처럼 보라와 운호는 티격태격할수록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수술을 잘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연두와 함께 영화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그저 달곰하기만 했던 첫사랑 영화가 어딘가 모르게 콧잔등을 시리게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친구의 짝사랑을 관찰하다 첫사랑에 빠져버리게 된 17세 소녀 보라의 이야기는 설렘, 아픔, 아련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온다. 영화는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 속 첫사랑과 관찰을 키워드로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던 청춘의 감성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1999년과 공중전화, 삐삐, 비디오 테이프 등 그 시절을 표현하는 소품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추억의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세기말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며 볼거리를 더한다. 심장 수술을 위해 해외로 떠난 연두와 메일을 주고받는 보라의 모습이나, 공중전화와 삐삐의 암호화된 숫자들을 통해 현진, 운호와 소통하는 장면들은 현시대의 청춘들이 그 당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MZ를 대표하는 청춘 배우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의 연기는 촘촘하고 탄탄하다. 첫사랑의 설렘과 진통을 겪는 청춘들의 모습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인다.
특별 출연 라인업 또한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성인 보라 역의 한효주를 비롯해 류승룡, 이범수, 박해준, 공명, 옹성우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호연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