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배우를 꼽으라면 전여빈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문소리 감독의 단편 ‘최고의 감독’으로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이 입성한 뒤 2017년 ‘죄 많은 소녀’라는 장편 영화로 다시 부산을 찾았고, 세 번째인 올해는 개막식 사회까지 맡았다. 여기에 ‘낙원의 밤’과 ‘글리치’로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입성하기도 했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여빈은 이런 큰 성장궤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오늘 햇살이 너무 좋은데 빵이라도 같이 먹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할 줄 아는 사람. 순식간에 대세가 된 배우 전여빈의 비결은 그저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만끽하는 것인 듯했다. 배우 전여빈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일부 오프라인으로 축소 진행됐지만, 올해는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정상 개최된다. 부산=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2.10.05.-‘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집에서 열심히 준비를 했다. 열심히 연습해서 안 떨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떨리지’ 생각했다. 다행히 류준열 선배가 편안하게 진행을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이 세 번째였다. “7년 전에 ‘최고의 감독’이라는 문소리 선배의 단편으로 처음 들렀고, 5년 전에는 ‘죄 많은 소녀’라는 장편으로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를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돼서 기뻤다. 지난 7년여를 잘 걸어왔으니 앞으로 더 잘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단아한 드레스가 화제를 모았는데.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자리였기 때문에 너무 화려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돈된 디자인 속에서 포인트가 살아있었으면 했고, 함께 사회를 보는 류준열 선배와 잘 조화되길 바랐다. 정제된 아름다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과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분들이 잘 도와주신 덕에 룩이 잘나올 수 있었다.”
-넷플릭스 ‘글리치’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어떤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나. “처음에 4부 정도까지 대본을 받아봤다. 원래부터 노덕 감독님 팬이었고, 진한새 작가님의 ‘인간수업’도 인상적으로 봤다. 그래서 이미 마음이 많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4부까지 이야기를 보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더라. ‘이렇게 광대하게 펼쳐지는 모험이 어떻게 펼쳐지고 귀결이 될까’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약속되지 않은 결말을 향해 나도 모험을 함께 떠나고 싶었다.”
-진한새 작가가 전여빈을 캐스팅 1순위에 뒀다고 하던데. “내 입장에선 그걸 작가님께 직접 물어보긴 어렵다. (웃음) 그런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GV에서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하더라. ‘멜로가 체질’에서 내가 상사에게 훈계를 듣고 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고 꽂혔다고. 그래서 지효는 전여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전여빈이 생각하는 지효는 어떤 인물인가. “지효는 외계인 목격자다. 사회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환각인지 실제인지 정리하지 못 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굉장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마음속에 외계인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우리 모두 마음속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을 여러 생각을 하곤 하지만 그것을 사회생활을 할 때 드러내려고 하진 않지 않나. 사회에서는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최대한 나이스한 면모를 보여주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래서 지효는 그냥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 같았다. 그렇게 살다가 남자 친구가 납치를 당하면서 더는마음속에 품었던 외계인을 덮어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지효를 연기한 이후 성장한 부분이 있나. “‘글리치’ 속에서 지효는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장한다. 지효가 성장함에 따라 나 역시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파이가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도전의 파이를 넓혀간다는 건 행복한 경험이었다.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서 배우가 된 것이기 때문에 기쁘게 따라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전여빈에게 ‘글리치’는 어떤 작품인지. “나는 ‘글리치’가 좋다. ‘너한테 외계인이 있어도 괜찮아’, ‘조금 못나 보여도, 이상해 보여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작품 같았다. 지효의 모험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 했더라도 스스로는 바뀌었으니까. 지효의 그런 모든 과정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외계인의 존재를 믿나. “이 광활한 우주에 설마 인간만 있을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사진=넷플릭스 제공-충무로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배우다.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진 않는지. “지금 이 시간들을 뚫고 나가는 모든 사람이 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지금 순간을 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는 노력 역시 한 명의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히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대견해 하고 싶다. 또 내가 노력을 하더라도 늘 결과가 잘나오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많이 감사할 일이 생긴다는 것 자체에 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으로 더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