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홍건희가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최다패' 마무리 홍건희(30·두산 베어스)가 우여곡절 끝에 시즌을 마쳤다.
홍건희는 두산의 최고 '믿을맨'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올 시즌 내내 꾸준하게 믿은 구원 투수는 오직 그뿐이었다. 지난해 셋업맨으로 6승 6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한 기량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믿음에 비해 올해 성적은 다소 떨어졌다. 2승 9패 1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대부분의 지표에서 지난해만 못했다. 시즌 중 부상으로 이탈한 김강률을 대신해 마무리로 옮겨 세이브 개수는 늘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도 올랐고, 그 이상으로 흔들렸다. 블론 세이브가 4개에 패가 무려 9개(구원 투수 1위)에 달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등판한 두산 홍건희가 6대 3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포수 박세혁과 자축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홍건희는 “올해 큰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 치러 만족한다"면서도 "패전이 많은데, 그중 동점에 나가서 당한 게 6개인가 된다"고 했다. 실제로 홍건희는 마무리 투수인데도 올해 동점 상황에서 등판이 잦았다. 동점에서 만난 타자들이 55명에 달했다. 김태형 감독이 "6점 차 리드 상황인데도 낼 투수가 홍건희·정철원·김명신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불안한 불펜 상황 때문이다.
성적 역시 좋지 못했다. 홍건희는 동점 상황에서 피안타율 0.366 피출루율 0.471 피장타율 0.610으로 크게 부진했다. 일반적인 필승조 등판 상황인 3점 차 이내로 조건을 넓히면 피안타율 0.329 피출루율 0.308 피장타율 0.332로 상대 성적이 훨씬 좋았다. 동점 등판 상황이 올 시즌 그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셈이다.
충분히 이유를 댈 수 있었지만, 홍건희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이겨내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내년엔 동점에서도 잘 이겨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해 투수 조장을 맡았던 홍건희는 벌써 두산에 온 지 3년 차 선수다. 이제 두산 유니폼이 어색했던 이적생의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는다. 최다패 구원 투수지만 홍건희에 대한 팬들의 믿음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최근에는 팬들이 모금해 홍건희와 김명신 앞으로 커피차도 선물했다. 이벤트를 준비한 팬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으면서도 숨은 일꾼으로서 두산베어스 마운드를 지켜준 두 선수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대 2로 경기를 마무리한 홍건희와 포수 장승현이 경기 후 자축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홍건희가 지난 3년 동안 던진 이닝은 정규시즌만 해도 205이닝에 달한다. 2년 동안 긴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포스트시즌에서도 13과 3분의 2이닝이나 던졌다. 홍건희는 “두산 와서 3년 동안 많이 던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행복하게 야구했다고 생각한다. (부진했던 KIA 타이거즈 시절에는) 더 던지고 싶어도 못 던질 때가 많았다. 난 행복한데 두산 팬들은 고생한다고 선물도 챙겨주신다. 너무 감사드리고 이런 선물에 또 힘이 더 난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이 홍건희를 믿듯, 홍건희도 자신을 믿는다. 그는 '내년에 더 잘하겠다'는 말 대신 다치지 않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큰 부상은 없었어도 등(담 증상)과 왼쪽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몇 차례 휴식을 치렀다. 홍건희는 “이제 기술적으로 크게 변화를 줄 것은 없다"며 "다만 잔 부상이 조금씩 나오더라. 올겨울에는 잘 관리하고 치료와 트레이닝을 진행해 건강한 몸으로 내년 시즌 초부터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