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KBO리그는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시끄러웠다. '선린인터넷고 동기' 이영하(25·두산 베어스)와 김대현(25·LG 트윈스)이 고등학교 시절 연루된 학폭 문제로 불구속 기소,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영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인 김대현은 군인 신분으로 군사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학폭 문제로 재판을 받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두 선수의 학폭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불똥이 김유성에게 튀는 분위기다.
김유성은 학폭 이슈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그는 내동중 3학년 여수 전지훈련 때 후배의 명치를 가격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정지 5일 조치를 받았다. 관련 사건이 고소까지 이어졌고 법원의 화해 권고가 성립되지 않아 20시간 심리치료 수강, 40시간 사회 봉사명령을 받았다. 이 문제가 집중 조명돼 2021년 1차 지명(NC 다이노스)이 취소됐다. 대학에 진학한 김유성은 2학년을 마친 올해, 얼리 드래프트(조기 지명) 자격으로 KBO리그에 재도전한다.
그를 향한 구단들의 고민이 컸다. 김유성은 기량만 보면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하다는 얘길 들었다. 김해고 재학 시절 '경남권 최고 투수 유망주'로 평가됐는데 대학 진학 이후 경기 운영 능력까지 부쩍 향상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대학생 중에선 1번이다.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학폭 징계를 모두 소화했다는 점에서 지명의 걸림돌은 없었다.
하지만 "학폭은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김유성은 학폭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단 후 문제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지명하려면 결단이 필요한 만큼 "순번이 우리까지 오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냥 앞에서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그만큼 김유성은 오는 15일 열리는 2023년 신인 드래프트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가 어느 팀에서 호명되느냐에 따라 각 구단의 지명 전략이 큰 틀에서 바뀔 수 있었다. 이번 드래프트는 기존 1차 지명과 2차 지명이 통합된 전면 드래프트 방식. 지난해 리그 순위 역순으로 한화→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가 1라운드 전체 1~4번 지명권을 행사한다. 김서현(서울고)과 윤영철(충암고)이 1~2번 지명을 다투는 가운데 2년 전 지명을 철회한 NC가 김유성을 다시 품을지도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영하와 김대현의 학폭 이슈가 점화하면서 김유성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다른 팀에서 어떤 선수에 관심 있는지) 지명 관련해서 안테나를 돌려보면 김유성을 둘러싼 조짐이 조금 안 좋았다"며 "(지명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뽑으려고 했던 구단들도 (선뜻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다. 이번 건(이영하·김대현 학폭 이슈)으로 더 뽑기 어려워졌다. 기량이 비슷하면 논란이 없는 선수를 선택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B구단 운영팀 관계자도 "(여론이) 김유성에게 계속 불리하게 간다. 이런 얘기(학폭)가 계속 흘러나오면 구단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여론을 무시하고) 쉽게 지명하기 힘들 거"라며 "김유성에게는 가장 좋지 않은 타이밍에 선수들의 기소 얘기가 나왔다. (재판) 결과를 떠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