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의 후반기 첫 13경기 타율은 0.313(48타수 15안타)이다. 눈에 확 띄는 타율은 아니지만, 장타율(0.625)과 출루율(0.441)을 합한 OPS가 1.066으로 수준급이다. 8월로 범위를 좁히면 그의 타율은 0.381(21타수 8안타)에 이른다. 8개의 안타 중 5개가 장타. 월간 장타율이 0.905나 된다.
푸이그의 8월 성적 중 눈여겨볼 부분은 타구 속도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푸이그의 8월 타구 속도는 인플레이 타구 기준 평균 140.3㎞/h다. 올 시즌 월별 타구 속도가 140㎞/h를 넘는 건 8월이 처음. 지난 4월(137.9㎞/h)과 비교하면 2.4㎞/h가 빨라졌다. 발사각(26.8→26.6)은 큰 차이가 없지만, 공을 힘 있게 때리면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더 잘 만들어내고 있다.
푸이그는 지난 4일 고척 SSG 랜더스전부터 6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지난 4일 SSG 선발 오원석을 상대로 때려낸 시즌 11호 홈런 비거리는 무려 140m였다. 6일 기록한 홈런 비거리도 130m로 짧지 않았다. 타구에 힘이 실리니 쭉쭉 뻗어 나간다. 홈런을 제외한 다른 인플레이 타구의 질도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푸이그는 지난겨울 큰 기대 속에 영입됐다.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박병호(KT 위즈)의 공백을 채우면서 이정후와 함께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회심의 카드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활약이 미미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31홈런을 기록한 거포지만 홈런이 가물에 콩 나듯 터졌다.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배트가 헛돌았다. 개막 후 6월까지 RC/27이 4.80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49명의 타자 중 33위에 머물렀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반등이 절실했던 푸이그는 배터 박스에 서는 위치를 달리하면서 변화를 줬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푸이그의 타순을 4번에서 8번으로 조정하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푸이그는 조금씩 달라졌다. '야생마'라는 별명처럼 성격이 다혈질이지만 타석에서 인내심을 갖기 시작했다. 8월 타석당 투구 수가 4.22개로 팀 동료 이용규(3.38개)보다 더 많다. 개막 후 줄곧 12% 안팎을 유지하던 헛스윙 비율도 8월에는 9.6%로 줄였다. 타구 속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세부 데이터가 향상했다.
이정후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던 키움으로선 푸이그의 반등이 반갑다. 홍원기 감독은 '3번 이정후-4번 푸이그' 타순을 고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막 전 구상했던 중심타선 조합이 가동되기 시작한 셈이다.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는 푸이그에 대해 "스프링캠프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이제 성과로 보이는 것 같다. 전반기 동안 다양한 투수를 상대하면서 KBO리그 투수에 대해 적응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