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송강호는 이병헌이 내심 부러웠다. 비행기 안과 밖이 균형 있게 조망된 영화 ‘비상선언’에서 송강호는 지상 촬영 100%였던 반면 이병헌은 비행기 안 인물이라 세트장에서만 촬영했기 때문.
송강호는 27일 오전 ‘비상선언’ 개봉을 맞아 온라인으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병헌에게 부러운 마음을 느꼈던 순간부터 그런 부러움이 한 번에 사라진 계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웃음과 함께 털어놨다.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에 이어 한재림 감독과 송강호의 세 번째 만남. 이 콤비는 이제 관객들뿐 아니라 송강호 자신에게도 믿고 보는 조합이다. 사진=쇼박스 제공-‘비상선언’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흔한 재난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어떤 매력을 느껴 작품을 선택하게 됐나. “사람이기 때문에 살다 보면 일어나면 안 되지만 크고 작은 재난 같은 일들을 겪게 되지 않나.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며 그런 일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그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수습해가느냐 아닐까 싶다. 그러한 지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일반 장르물인 재난 영화와 다른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재림 감독이 재난을 헤쳐 나가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참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브로커’ 이후 첫 개봉작이다.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작품이든 다 부담이 된다. 긴장되고 떨리는 지점은 늘 있다. 특히나 아무리 배우지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상업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느낄 수밖에 없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신경이 쓰이고 그런 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작업했다. 그것이 배우로서의 임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을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재림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이었는데. “작가, 감독으로서의 자세나 태도. 뚝심 있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열정을 ‘우아한 세계’ 촬영 때부터 느꼈고 너무 좋았다. 솔직히 ‘우아한 세계’를 8번인가 재촬영을 했는데, 내가 감독에게 ‘이렇게만 찍어준다면 80번이라도 다시 찍겠다’고 했다. 8번을 다시 찍었는데, 그 8번 동안 매번 영화가 더 좋아지더라. 그 부분이 너무 놀라웠다. 이후 ‘관상’도 마찬가지고 이번 ‘비상선언’도 마찬가지다. 한재림 감독의 예민한 예술가로서의 감각, 열정 이런 것들을 느꼈다. 나보다 나이가 8살이나 어린데도 평소에도 많이 배우도 존중하는 지점이 있다.”
-비행 재난 작품인데 비행기를 못 탔다. 아쉽지는 않았나. “사실 이병헌한테 ‘너는 진짜 좋겠다’고 얘기한 일이 있다. (웃음) 나는 지상에서 촬영해서 여기저기 다니는데 이병헌은 영화 끝날 때까지 세트장에서만 연기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비행기 세트장에 직접 가 봤는데 정말 공포스럽더라. 나도 나름대로 지상에서 비도 맞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상에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 세트장에 있는 짐벌 기계를 봤는데 정말 무서웠다. 그걸 보고 비행기는 타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에서 추격신이 리얼하게 구현됐더라. “실제로 다리를 조금 다쳤다. 절뚝거린다는 설정은 시나리오에는 없던 거다. 그런데 다쳐서 절뚝이게 됐고,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서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한여름에 그 추격신을 찍었는데, 스태프분들과 배우들이 모두 열심히 찍었다. 그 덕에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난을 다룬 영화이기에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갈 것 같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비상선언’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이미지, 이야기들을 풀어놓기에 시기가 절묘하다는 생각은 든다. 이 영화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가 삶에서 어떤 재난이나 힘든 일을 맞이했을 때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 이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재난을 맞이했을 때 우리가 함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서 대응하는 것, 거기에 우리 삶의 큰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 결과가 꼭 해피엔딩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회 공동체가 재난에 함께 대응하는 과정에서 삶의 아름다움이랄지 그런 가치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사진=쇼박스 제공-전도연과 재회라는 점에서도 관객들의 기대가 크다. “전도연은 최고의 한국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비상선언’ 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에서도 항상 연기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낸다. 하지만 ‘비상선언’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다 보니 깊이 있게 표현되지는 않은 것 같다. 관객분들이 전도연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를 감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전도연이 적절한 선을 잘 찾아서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비상선언’을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거창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우리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관객들이 그런 부분을 느껴준다면 그 이상 큰 결과는 내게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어떤 재난이든 다 극복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지 않나. 단지 ‘비상선언’이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어떤 재난을 맞이하더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떠올리자는 마음은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