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슈퍼 루키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추락할 처지다. ‘장타 여왕’ 윤이나(19) 때문에 골프계가 시끄럽다.
윤이나는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63.7야드로 투어 1위에 올라 있다. 시원시원한 장타로 눈길을 끌었고, 데뷔 시즌 전반기가 지나기 전에 이미 우승(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도 차지했다. 그는 올 시즌 출전한 15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톱10에 올랐다.
윤이나는 지난 25일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6월 16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 플레이’를 했다는 뒤늦은 고백이었다. 그는 지난 15일 대한골프협회(KGA)에 이 사실을 자진 신고했고, 25일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공개했다. 윤이나는 다음 달 열리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포기했다. 당분간 자숙하며 대회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정된 광고 촬영도 모두 취소했다.
윤이나는 ‘매너의 스포츠’ 골프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행위를 했기에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새내기 스타가 가진 ‘반듯함’과 ‘신선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또한 그의 뒤늦은 고백이 얼마나 진실한지도 의심을 받고 있다.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가 한 건 한 달 전이다. 그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러프에 빠진 공을 찾아 세컨드 샷을 쳤는데, 공을 그린에 올린 후 자기 공이 아닌 걸 깨달았다. 규칙대로라면 이를 자진 신고하고 벌타를 받은 후 원래 자리에서 다시 플레이해야 했다. 그러나 모른 척하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윤이나는 한국여자오픈에서 2라운드 컷 탈락했다. 그러나 오구 플레이 자진 신고로 인해 공식 기록은 1라운드 실격으로 바뀌었다. 윤이나는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25일 공식 사과했다.
윤이나가 한 달 후 당시 상황을 고백한 건 골퍼로서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에 입각한 ‘양심선언’이었을까.
윤이나는 한국여자오픈 이후 5개 대회에 참가했다. 여기에는 우승한 대회도 포함돼 있다. 윤이나는 우승으로 ‘신데렐라 탄생’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미 그의 오구 플레이를 알고 있던 사람들로 인해 뒷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윤이나가 압박감을 느껴서 뒤늦게 ‘최후의 수단’을 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국여자오픈을 주최한 KGA는 조만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소집해 윤이나의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위원들의 스케줄을 맞춰 소집하려면 적어도 8월은 돼야 한다는 전망이다. KGA가 윤이나가 자진 신고했다는 정상을 참작해 가벼운 징계를 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작다. KGA는 윤이나가 자진 신고할 기회가 이미 세 차례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회 1라운드 당일, 혹은 2라운드에서 컷 탈락한 직후, 그도 아니면 한국여자오픈이 끝난 후에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KGA가 윤이나에 대해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내린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윤이나에게 미치는 타격은 적다. 이럴 경우 윤이나는 KGA가 주최하는 대회에 1년간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2023년 한국여자오픈, 1년간 국가대표 응시 자격 정도가 제한된다. KGA의 징계가 KLPGA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KGA의 징계가 확정되면 KLPGA도 그에 근거해 윤이나에 대한 추가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윤이나는 "성적에만 연연했던 지난날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의 사과문은 진심이길 바란다. 윤이나의 그릇된 판단을 지켜본 다른 선수들과 골프 유망주들, 그리고 팬들에게도 골프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