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박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국내 가전 투톱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생필품 등 필요한 곳에만 소비하고 굳이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가전에는 비용을 들이지 않는 추세가 확산한 탓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다.
아동·스포츠(26.8%)와 패션·잡화(19.3%) 등 대부분 상품군의 매출이 상승했다. 유독 가전·문화만 9.7%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체 유형별 매출은 백화점(19.9%)과 편의점(12.5%)은 올랐지만 대형마트는 3% 줄었다. 전년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PC·TV·홈 인테리어 제품을 찾는 발길이 끊겼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자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올해 대형마트의 가전·문화 매출은 0.5% 올랐던 2월을 제외하고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도 매출이 감소한 달이 더 많았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통계만 봤을 때는 가전 판매량이 전월과 비교해 8.3%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비스(25.8%)·식품(15.7%)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업계는 이미 가전 시장 침체를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국내 가전 시장이 보복 소비 등 코로나19 수혜를 본 2020년을 지나면서 정체기에 진입한 것으로 봤다.
특히 대형 가전 시장은 2021년 1.9% 성장에 그친 데 이어 2022년 1~2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0% 역행했다. 생활·주방가전과 IT 제품의 성과를 상쇄하며 전체 가전 시장을 끌어내렸다.
이런 분위기는 곧바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에 반영됐다. 올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나란히 증권가 기대치를 하회했는데, TV·가전 시장 위축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이 세트 판매 약세 흐름 속 물류·원가비 부담이 지속하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당초 제시한 8000억원에서 절반이 깎였다.
반도체와 모바일이 주력인 삼성전자와 달리 TV·가전 의존도가 높은 LG전자의 출혈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2분기 별도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대비 1000억원가량 낮춘 배경으로 TV 판매 부진과 가전의 영업이익률 하락을 들었다. 다만 하반기에는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HE(홈엔터테인먼트)와 H&A(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나아질 전망"이라며 "큰 폭의 성장은 아니지만 과거의 상고하저에서 2022년 상저하고 형태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