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이집트 대표팀의 친선경기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반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06.14/ ‘오늘 손흥민 선수가 굴리트인데요’ 박문성 해설위원이 전반 35분경 우리 대표팀 손흥민 선수를 보고 했던 비유적 칭찬이다. 루트 굴리트는 오렌지 삼총사의 일원으로 1990년대 네덜란드 축구를 이끌었던 전천후 미드필더이다.
그러나 14일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손흥민(30.토트넘)에게는 스티븐 제라드(42) 현 애스턴 빌라 감독의 향기가 났다. 전반 15분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와 왼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김진수에게 뿌린 롱패스는 선제골의 전초가 되었다. 바로 이어 21분 코너킥 상황에서도 좋은 코너킥으로 황의조의 머리를 맞춰 김영권의 득점 발판이 됐다. 허정무 해설위원 역시 ‘4경기 연속 선발 출장에도 불구하고…’라고 말을 흐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원까지 내려와 공격 전개를 수행하는 ‘EPL 득점왕’ 손흥민의 모습이 대견했던 까닭이다.
손흥민과 제라드, 둘은 다른 점이 더 많다. 제라드는 선수 시절 대부분을 잉글랜드 리버풀에서 활약한 반면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sv, 바에엘 04 레버쿠젠을 거쳐 현재는 토트넘의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포지션 역시 중앙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로 차이가 있다.
팬들에게 인사하는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이집트 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둔 대표팀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6.14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접점도 존재한다. 우선 강한 킥력을 바탕으로 한 ‘득점력’이다. 제라드는 선수 시절 팀의 전담 키커를 맡을 정도로 킥이 좋은 선수였으며, 미드필더임에도 리그 통산 125골을 넣을 만큼 득점력이 좋았다. 2008~09시즌에는 리그 16골을 넣으며 니콜라스 아넬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득점 3위에 오른 적도 있다. 손흥민은 6월 A매치 4경기에서 프리킥으로만 2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는 PK를 한 번도 차지 않고도 23골을 넣었다. 축구 통계 사이트 ‘FBREF’에 따르면 올 시즌 손흥민은 슛 한번당 0.27골을 만들었다. 산술적으로 3.7번의 슛을 차면 1골이 들어간 셈이다. 킥의 강력함은 물론 정확도도 있는 셈이다.
둘은 ‘캡틴’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들이며 강력한 ‘듀오’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또 있다. 제라드는 오랜 시간을 클럽팀 주장을 맡았고, 페르난도 토레스(38)와 ‘제-토 라인’을 형성했던 추억이 있다. 이들은 2008~09시즌 30골을 합산했다. 손흥민 역시 국가대표팀에서는 주장 완장을 찬다. 클럽팀에서도 동료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클럽에서는 해리 케인과의 ‘손-케 듀오’로 40골을 합산,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역대 최고의 듀오로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 커리어에 있어서 때로는 이타적 플레이가 줄어드는 선수도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전방에서의 득점력과 높은 헤딩능력을 살리기 위해 본래 포지션인 윙 포워드가 아닌 중앙 공격수에 가까운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간다. 호날두는 UEFA 네이션스리그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며 자국 포르투갈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위한 헌신적 움직임을 보여줬다. 클럽팀에서는 해리 케인이라는 특급 도우미가 있어 오프더볼 움직임에만 집중에 집중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직접’ 3선까지 내려와 롱 패싱 능력을 마음껏 펼쳤다. 손흥민에게 제라드의 향기가 나는 이유이다.